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사법부는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내년 초 진행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어떻게 구성될지 주목된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측은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예고해 재판 지연 우려도 나오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통과에 대한 후속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전날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내란전담재판부법 국회 통과와 관련한 질문에 "전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어서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지난 18일 열린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 전담재판부' 설치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지만, 법안 통과에 따라 예규안을 시행하지 않거나 수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건 내년 초 진행될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 항소심 재판부의 구성이다. 2심 재판을 담당할 서울고법이 키를 쥐고 있는 상태다.
내란재판부 설치법에는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판사회의가 전담재판부 구성 기준을 마련한 뒤 해당 법원의 사무분담위원회가 판사 배치안을 정하고, 이를 판사회의가 의결하는 절차 등을 밟는 내용이 담겼다. 법원에 상당한 재량권을 준 셈이다.
사법부 내에선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 확보가 관건으로 꼽힌다.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달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서울고법 판사회의가 기존 부패나 선거 전담 재판부처럼 2~3개 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정해두고 이중 윤 전 대통령 사건을 전산 배당한다면 무작위성을 일부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고법의 경우 주요 부패 사건은 부패 전담부인 형사 1·3·6·13부 가운데 무작위 배당되고 있다.
결국 구체적인 기준은 서울고법 판사회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고법은 지난 22일 판사회의를 열어 내란죄 등 국가적 중요 사건을 맡는 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해 형사재판부를 2개 이상 늘리기로 합의했고, 구체적인 전담재판부 숫자, 구성 및 시기는 추가 심의를 거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 달 중 판사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서울고법 관계자는 "구체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내란전담재판부법 적용 대상은 내란·외환 및 반란 범죄 사건 또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고소·고발되거나 수사 과정에서 인지돼 기소된 관련 사건이다. 원칙적으로 1심부터 설치되지만, 법 시행 당시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해당 재판부가 계속 심리한다는 내용의 부칙이 있다.
윤 전 대통령 사건 중 가장 먼저 내란전담재판부에 오르는 것은 내년 1월 16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방해 사건 항소심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은 내년 2월 1심 선고가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내란전담재판부에 반발하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겠다고 예고했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전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내란 사건을 특별히 전담해서 심판해 특별법원에 해당하는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하는 등 입법 독재의 헌법파괴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후적으로 사건을 특정해서 전담재판부를 만든다면 판사회의와 사무분담위원회가 판사를 배치한다고 해도, 아무리 눈속임해도 '사건 맞춤형 법관 배정'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내란전담재판부법은 독재국가를 향한 '나치 법안'이다. 이재명 정부는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라"면서 "변호인단은 이후 중대 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 법원이 직권 또는 당사자 신청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 제도를 뜻한다. 재판부가 피고인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제청할 경우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재판은 정지된다. 그만큼 윤 전 대통령 재판이 지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