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구타 등 인권침해를 겪은 덕성원 피해자들에 대해 국가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11부(이호철 부장판사)는 24일 덕성원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 42명이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위자료 총 394억 12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덕성원피해생존자협의회 안종환 대표 등 피해자 42명은 지난해 12월 부산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에서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받은 만큼 국가와 부산시에 총 462억 76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진화위 조사 결과 피해자들은 덕성원 내 농장과 공사장 등에 투입돼 강제 노역했다. 작업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구타와 감금 등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덕성원 피해자들이 국가작용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덕성원 사건은 국가와 부산시의 위법한 부랑아 단속, 적법 절차를 위반한 인계 및 수용, 덕성원에서 자행된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 해태 등 광범위한 다수 공무원이 관여한 일련의 국가작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라며 "국가와 부산시 소속 공무원의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수용 기간과 수용 경위, 수용 중 겪은 가혹행위 또는 강제노역 등 인권침해 내용과 이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장애 유무 등을 고려했다"며 "특히 피해자들이 모두 10세 이하 어린 나이에 수용돼 장기간 인권침해 행위에 노출된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자료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피고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상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해 국가재정법상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 피해자들이 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통지를 받은 때부터 3년이 지나기 전에 소를 제기했기 때문에 단기소멸시효 역시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부산지법 관계자는 "이 판결은 덕성원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국가와 부산시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로, 공권력의 부당한 부랑아 단속 및 시설 수용, 덕성원에서 자행된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의 해태 등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발생한 것임을 인정한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보호 대상인 아동을 상대로 이루어진 점과 아동기에 발생한 피해가 피해자들의 건강한 성장과 안정적인 자립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 것이 명백한 점을 중요하게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산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