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이자 도시건축 전문가 김진애가 서울이라는 도시를 입체적으로 해부한 신간 '이토록 서울'은 서울을 '하나의 생명체'로 바라보며, 공간·사람·정치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낸 도시 기록이다.
사대문 안에서 강남, 수도권까지 확장돼온 서울의 공간사부터 마포, 인사동, 강남 등 동네별 서사, 그리고 '서울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촘촘히 담겼다.
저자는 강남 불패 신화를 만든 근본 동력으로 '아파트'가 아닌 '일자리 패권'을 짚고, 걷기 좋은 도시가 아닌 '걷고 싶은 길' 위주의 정책을 비판하는 등 도시를 둘러싼 통념을 날카롭게 해체한다. 특히 역대 서울시장의 도시 정책을 통해 공간과 권력, 정치의 관계를 분석하며 '서울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토록 서울'은 도시 설계자로서 인사동길과 산본 신도시를 직접 설계한 경험, 시민이자 '서울사람'으로 살아온 기억을 바탕으로 눈에 보이는 건물뿐 아니라 땅속 인프라와 일상의 길까지 도시의 본질을 짚어낸다. 서울을 소비의 대상이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공간 민주주의'의 문제의식도 분명하다.
김진애 지음 | 창비 | 444쪽
서울대 경제학부 이철희 교수가 한국 초저출산 문제를 데이터와 실증 연구로 풀어낸 신간 '인구에서 인간으로'는 지난 16년간 결혼·출산을 둘러싼 한국의 인구문제를 분석하며 구축한 독자적 자료와 연구를 바탕으로 진단과 정책 제언을 정리한 책이다.
국내 대표 인구경제학자인 저자는 책은 출산율 제고를 '궁극 목표'로만 설정하는 접근에 의문을 제기하며, 아이를 "인구를 채우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사회"로의 전환을 강조한다.
전작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에 이어 한국의 출생아 수 감소에서 결혼 감소가 장기적으로 큰 요인으로 작동해왔다는 점을 짚고, 최근에는 결혼 이후에도 첫째 출산이 급격히 줄어든 흐름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다.
경제 요인으로는 교육비·주거비 부담을 집중 조명한다. 사교육비 증가가 합계출산율 감소와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 주거비 상승이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출산율에 다르게 작동한다는 회귀분석 결과 등을 통해 '비용과 불평등'이 결혼·출산 선택을 제약하는 구조를 설명한다. 아울러 기존 저출산 정책이 '결혼한 가구' 중심으로 설계되며 정책 밖에 놓인 집단이 많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저자는 저출산 대응의 비전을 '출산율 끌어올리기'로 단순화하기보다, 청년의 현실을 바꾸고 마음을 얻는 일, 즉 '선택의 자유 확대'와 '삶의 질 유지'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철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4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