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2017'을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김세정. '너의 노래를 들려줘' '경이로운 소문' '사내 맞선' '오늘의 웹툰' '취하는 로맨스'에 이번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까지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처음으로 도전하는 사극이자, 다른 성격의 세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는 녹록지 않은 작품이었다. 연습 또 연습을 거쳐 무사히 마쳤다. 겪어보니 생각보다는 '할 만' 해서 다음번엔 정통 사극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다.
지난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MBC 금토드라마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이하 '이강달') 종영 및 신곡 '태양계' 발매를 기념한 김세정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6.8%(닐슨 코리아 기준)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한 '이강달'은 첫 사극이란 점에서 김세정에게 남다른 작품이었다.
비극적인 서사를 지닌 빈궁 연월부터, 남다른 수완을 자랑하는 부보상 박달이, 세자 이강의 영혼이 들어온 달이까지 3개 역할을 연기했던 김세정. 이강 역 강태오와는 대본을 함께 읽으며 맞춰나갔다. 시간이 없을 땐 서로 녹음 파일을 주고받아 연습했다. 평소 말투를 몸에 익히기 위해서였다.
결국 총 3개의 캐릭터를, 3개의 목소리로 연기해야 했다. 김세정은 "연월이는 달이보다는 조금 더 여린 쪽이었다고 생각한다. 생각이나 마음가짐은 뚝심 있는 친구였을지 몰라도 어쨌든 죽음을 선택했으니까, 이겨내지 못한 무언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바라봤다.
이어 "달이는 (기억을 잃은) 5년이었지만 (그동안) 고단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라며 "마음이 여린 모멘트는 연월이, 마음을 다시 붙잡으려고 할 때는 박달이의 톤으로 나왔다. 옛날의 연월이도 지금의 달이처럼 강해진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연월 시절 기억을 찾은 달이 연기가 "제일 어려웠다"라고 한 김세정은 "어느 심정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를 확실히 해야 했다. 이도 저도 아니다 보면 사투리도 이상해 보이고 표준어도 어색할 거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강 역을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 역시 컸지만, 뒤로 갈수록 편해졌다. 그는 "오히려 (둘 다) 서로 역을 하는 게 더 편해져서, (돌아오고 나서도) 자꾸 원래 연기하던 게 튀어나와서 재밌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라고 밝혔다.
분량은 가장 짧았으나, 가장 마음이 가는 캐릭터는 연월이었다. 김세정은 "너무 안타깝게 가기도 했고, 연월이를 생각하면 뭔가 애틋한 감정이 저도 있다. 드라마 할 때 과거 서사가 있는 채로 캐릭터를 (연기) 한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라며 "서사가 있다는 걸 알고 보니까 괜히 더 애틋해지더라"라고 돌아봤다.
극 중에서 몸이 바뀌는 연기를 앞두고, 김세정은 '시크릿 가든'에서 길라임 역을 연기한 배우 하지원을 떠올렸다. "진짜 부담이 심해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촬영 현장이었던 충남 보령에 내려가 보기도 하고 '몸'으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하며 준비했던 그는 예능으로 인연을 맺은 하지원에게 연락해 조언을 구했다.
남녀가 몸이 바뀌는 배역을 맡게 됐다고 하니, 하지원이 '어머 진짜? 우리 때는 이렇게 했었어!' 하면서 친절하게 알려줬다고 김세정은 전했다. 그러면서 "그때 선배님께서 서로 대본 많이 바꿔 읽어 보고, 둘이 대화를 많이 하는 게 진짜 중요하다고 하셨다. 평소 상대방 습관이 어떤지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셨다"라고 덧붙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해도 된다.' 하지원의 또 다른 조언이었다. 김세정은 "(과해지면) 감독님이 덜어줄 수 있으니 너는 그런 거 부담 갖지 말고 (표현을) 더했으면 좋겠다고 해 주셨다"라고 말했다. 말을 탈 때는 갈기를 잡으라는 팁도 들었으나 아쉽게도 이번 작품에서는 써먹을 기회가 없었다며 김세정은 웃었다.
'사내 맞선'도 그랬지만 '이강달'도 연인 간의 스킨십과 애정신이 적지 않은 작품이었다. 찍으면서 쑥스럽지 않았는지 질문이 나오자, 김세정은 "어떨 때 설레고 좋았는지 많이 생각했다"라면서도 "조금 수위가 높은 신 찍을 때는 아무래도 걱정이 많이 됐다. 처음이기도 하고 부끄러움이 베이스가 될까 봐"라고 털어놨다.
애정 연기를 전문으로 코치해 주는 선생님이 있어서 도움을 받았다고도 귀띔했다. 김세정은 "'(애정 신도) 우리의 연기로 승화하는 거다' '이런 부분을 조심하시면 도움이 될 거다'라고 하셨다"라며 "초반에는 선생님 도움을 받고 후반에는 (강태오) 오빠랑 대화하면서 쌓아갔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선정적인 게 아니고 왜 (둘의) 이 마음이 시작됐고, 얼마나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내는지"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너무 갑작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기를 바랐다고도 밝혔다. 김세정은 "충분히 시청자분들(도) 이해가 되고 그림이 예뻐야지 자칫 잘못 보여서는 안 될 것 같다. 흐름이 정말 중요할 것 같았다"라며 수위가 있는 장면은 감독, 카메라 감독 포함 주요 스태프만 참여한 채 촬영했고 그 과정에서 배려도 많이 받았다고 부연했다.
강태오를 두고는 "너무 스윗한 배우다, 배려가 몸에 밴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연기할 때도 '세정이 네가 하고 싶은 거면 다 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도 전했다. 김세정은 "워낙 재치가 많다. 연기 합 맞춰 나갈 때 메이킹 영상을 보면 되게 장난치기도 하지만 그게 사실 아이디어를 주는 것일 수 있다. 진지하게 임할 땐 확실히 진지하고, 아이디어도 누구보다 많이 쌓아가서 좋았다"라고 설명했다.
달이의 영혼이 들어간 이강을 연기하는 강태오를 보고 "되게 믿음직스러웠다"라는 김세정. 그는 "속 안에 달이가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울어야 한다거나, 몰래 지켜보고 있다거나… 나한테 되게 중요한 신인데 오빠가 저렇게 연기 잘해주시니까 감사했고 서로 주고받으며 열심히 했던 흔적이 많다 보니까 앞으로도 한 번은 꼭 (같이) 작품 해 봤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이강달'을 찍으면서 김세정은 '세정이 네가 이런 역할 하는 거 처음 봤다' '이런 모습이 있는지 몰랐다'라는 반응을 많이 들었다. 그는 "제가 워낙 강하고 말괄량이 같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다. 물론 달이는 그런 모습인데, ('이강달'에서) 선이 예쁜 옷을 입고 화장도 많이 덜어낸 상태에서 보여드리는 게 처음이다 보니까 의외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분들이 많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 엄마가 칭찬을 잘 안 하시는데 이번 거는 동네방네 소문을 내면서 볼 거라고 하셔서 좋았다"라며 "숏폼(동영상)과 재미있는 짤이 많이 바이럴돼서 친구들도 (저를) '햇살 여주'라고 놀릴 정도로 얘기를 많이 해 줬다. 많이들 봐 주셔서 감사하고 재미있는 타이틀을 달아주셔서 너무너무 고맙다"라고 강조했다.
곧 진행하는 '2025 MBC 연기대상'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진짜 받으면 좋겠"다고 한 김세정은 '이강달'이 어떤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는지 질문에 "앞에 '역시나'를 넣어 달라. '역시나 도전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말자'"라고 웃음 띤 답변을 내놨다.
김세정은 "진짜 간만에 도전하는 거에 두려움을 느꼈던 거 같은데 해 본 결과 도전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으면 마음껏 도전에 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극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걸 알게 됐으니"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사실 (주변에서는) 사극을 살면서 한번 해 봤으면 충분하다고 말씀하신다. 너무 힘들기도 하고, 추우면 더 춥고 더우면 더 덥고 하다 보니까. 저는 이번 작품을 할 때 생각보다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난 아직 한 번 정도는 더할 수 있지 않을까? 혹시나 좋은 작품이 있으면… 이번에는 약간 퓨전 사극이다 보니까 정통 사극이 들어온다면 해 보고 싶다. 사실 그것도 큰 도전"이라고 전했다.
오랜만에 가수로서 음원도 냈다. 성시경의 곡 '태양계'를 리메이크했다. 김세정은 "그 시절 메인(타이틀곡)이 아닌데도 그만큼 사랑받았던 곡이 뭘까 하다가 그중 하나가 '태양계'였다. 가사도 노래도 너무 좋아서 단순히 선택하게 됐는데 이렇게 어려운 노래인지 몰랐다. 증~말 너무 어려운 노래다. 녹음을 길게 하기도 하고 엎어서 다시 하기도 했다"라고 고백했다.
'태양계' 녹음을 어려워한 김세정에게 성시경이 해 준 조언이 있을까. 김세정은 "고민에 대한 답을 명확히 얻었다. 노래는 생각을 많이 할수록 감정이 적어지기 십상이라고, 지금 네가 느끼는 감정을 담아서 더 마음 편히 노래하는 게 좋을 거라고 해 주셨다. 제가 제일 걱정하던 부분이 해결이 좀 되는 느낌이라 울컥해서 눈물도 좀 흘렸다"라고 말했다.
바쁘게 일하는 원동력은, "진짜 좋아해서"다. "일로서라면 이미 (이렇게) 못 했을 것 같고, 그냥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제가 힘든데 연기가 끝나면 자꾸 노래하고 싶고 노래가 끝나면 연기하고 싶은 이 마음을 못 참겠다"라고 웃었다.
그는 "제가 아는 부분은 너무 일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배워야 될 건 얼마나 많을까? 이게 두렵다기보다는 되게 설레는 일이다. 아직도 노래랑 연기를 파헤칠 구석이 이렇게나 많다는 게, 진짜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지치지 않고 일하는 거 같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 저를 힘 나게 해 준다"라며 팬들의 글, 시청자들의 코멘터리, 기사 제목 등을 보고 "그런 반응의 도파민을 저는 못 잊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내년이면 10주년이 되는,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I.O.I) 재결합과 관련해 김세정은 "아직 확실히 준비되거나 확정된 부분이 있지는 않은데 그래도 저희끼리의 의지가 엄청 크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배역 질문에는 "당연히 선(善) 역으로 나왔을 거 같은데 뒤통수를 때리는 작품을 꼭 해 보고 싶다, 꼭!"이라는 답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