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23일(현지시간) 추가로 공개한 '엡스타인 수사 자료'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된 자료도 대거 포함됐다.
앞서 법무부는 미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엡스타인 파일 공개법'에 따라 지난 19일부터 엡스타인 수사 자료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먼저 공개한 자료에는 트럼프 대통령 관련 내용이 거의 없었고,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하루만에 삭제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사법 당국은 엡스타인의 공범인 '맥스웰 사건'과 관련한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21년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인 마러라고에 소환장을 보냈다.
당시 검찰은 맥스웰 사건과 관련된 인물이 과거 마러라고에서 일했던 기록을 찾고 있었다.
특히 이 소환장에는 뉴욕의 한 연방 검사가 작성한 메모가 포함돼 있는데, 해당 메모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이용한 횟수 등이 담겼다.
이 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1993년부터 1996년 사이에 엡스타인의 전용기에 8차례 탑승했고, 이 가운데 최소 4건의 비행에는 맥스웰도 함께했다.
1993년의 한 비행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이 전용기의 유일한 승객으로 기재됐고, 또다른 비행에서는 이 둘과 20세 여성만 탑승한 것으로 나왔다.
또한 새로 공개된 문서에는 FBI가 2000년대 초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관계 및 그들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 대해 수집한 여러 제보도 포함돼 있다. 다만 해당 문서에는 후속 조사 여부와 제보 내용 중 사실로 확인된 것이 있는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엡스타인 수사 자료에 이름이 등장했다고 해서 범죄 행위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과 친분을 유지하다가 2000년 초에 관계가 끝났다고 밝혀왔고, 그동안 엡스타인의 범죄 활동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은 적이 없다.
부유한 금융가이자 성범죄 전과자인 제프리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지난 2019년 연방 구금 시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번 자료 공개와 관련해 법무부는 이날 "문건 일부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사실이 아닌 선정적인 주장이 들어 있고, 2020년 대선 직전에 제출된 것"이라며 "이런 주장이 조금이라도 신빙성이 있었다면 이미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무기로 활용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주장대로 이번에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추가로 자료가 공개될 때마다 '엡스타인 음모론'을 파헤쳐 달라는 여론이 커지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럼프급 전함' 건조 발표식에서도 엡스타인 관련 질문을 기자들에게 짜증을 냈다.
그는 "엡스타인 사건 전체는 공화당이 거둔 엄청난 성공에서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일 뿐"이라며 "오늘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군함들을 건조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들은 여전히 내게 엡스타인에 대해 묻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