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 체제의 균열과 글로벌 금융 질서의 재편 가능성을 진단한 전망서가 출간됐다. 신간 '슈퍼 체인지'는 기존 금융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하며, 통화·결제·기술이 결합된 '세계 시스템 전환'의 징후를 집중 분석한다.
저자는 지난 150년간 유지돼 온 달러 중심 통화 질서가 부채 확대와 자산 버블을 통해 구조적 불안정 상태에 들어섰다고 본다. 특히 글로벌 경제가 '유동성 확대'라는 이름으로 빚을 축적해 온 과정을 '약탈경제'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며, 현재 국면을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닌 체제 전환의 전조로 해석한다.
책의 핵심은 국제 결제 인프라의 변화다. 저자는 리플(XRP)을 비롯한 블록체인 기반 결제 네트워크가 기존 국제 송금 체계인 스위프트(SWIFT)를 보완·대체하는 흐름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를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중앙은행·국제결제은행(BIS)·글로벌 금융 네트워크가 맞물린 구조적 재편의 일부로 바라본다.
특히 암호화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스테이블 코인이 장기적으로 하나의 결제 질서로 수렴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후반부에서는 금융 영역을 넘어 인공지능(AI), 산업 구조 변화, 기후 변수까지 함께 다루며 저자가 '모던 II'로 명명한 새로운 전환기를 제시한다. 산업 자동화와 디지털화, 탈탄소 흐름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금융 시스템 역시 기존 성장 모델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다. 저자는 이러한 복합 위기가 자산 시장과 실물 경제에 연쇄적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책은 투자 지침서보다는 '방어적 관점'의 경고서에 가깝다. 저자는 부채 의존 구조 속에서 자산을 늘리는 것보다, 금융 구조 변화에 대한 인식과 위험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개인과 국가 모두가 부채로 얽힌 상황에서, 기존 상식에 기반한 경제 판단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환기한다.
화이트독 지음 | BMK | 3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