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불법 비상계엄 1년에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약속하며 '연명 사과문'에 동참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23일 조찬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다짐한 이들은 사과문 발표 이후 처음으로 만나 당의 방향성과 쇄신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이른 아침에 이뤄진 조찬 회동은 '계엄 사과문'을 주도한 재선의원 공부모임 '대안과 책임'의 간사인 이성권 의원(부산 사하구갑)이 주선했다.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이뤄진 이 모임에는 사과문에 연명했던 초·재선 등 당 의원 1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진행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당번조'에 포함돼 부득이 함께하지 못한 의원들은 이날 오찬으로 모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때는 12·3 계엄이라는 하나의 단일한 주제가 있지 않았나"라며 "공동 (사과)입장문에 참여해준 데 대한 감사(표시)에 더해, 현재 당의 모습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수도권 민심 등 내년 6월 지방선거 관련 발언들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사과문에서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요구했던 만큼 이를 구체화 할 방안도 논의됐다고 한다.
또 의견이 다른 상대를 축출하고자 계엄에까지 이른 '윤석열식 정치'를 벗어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건강한 보수정치를 복원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 교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 의원은 "어떤 결론을 내기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조찬에 참석한 한 초선 의원은 "구체적인 (당 내외) 현안 얘기를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당의) 전반적인 방향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이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비상계엄 1년이 되는 지난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국민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이들은 당일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고 밝힌 장동혁 대표와 달리, 윤 전 대통령과의 분명한 단절 등을 약속하며 고개를 숙였다. 또 "저희는 과거에 대한 반성과 성찰, 그리고 용기 있는 단절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겠다"며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으로 국민께 다시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