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는 말"…무안공항 참사 1주기, 시로 남긴 애도의 기록

[신간]
보고 싶다는 말
영혼을 담은 시 쓰기

안온북스 제공


"슬픔은 딸. 슬픔은 아들. 슬픔은 가족. 슬픔은 새. / 슬픔은 편지. 슬픔은 미래를 끊고. / 슬픔은 슬픔을 띄우지 못하고. // 슬픔은 빠르고 높고. 슬픔은 쉽고 무겁고. 슬픔은 텐트와 텐트 사이를 걷다가 지퍼를 열고 엄마 나야. 불러보는 슬픔. // 슬픔은 나의 심장으로 이어진 세상에서 가장 긴 활주로." (정우신, '무안과 슬픔' 중에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앞두고,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는 추모 시집 '보고 싶다는 말'이 출간됐다. 한국작가회의가 기획한 이 시집은 전국 각지에서 참여한 40명의 시인이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시로 기록한 공동 헌사다.

이 시집은 한 유가족의 제안, "시의 힘으로 참사를 기억하자"는 요청에서 출발했다. 참여 시인들은 어떤 말로도 대신할 수 없는 상실 앞에서 "무슨 말이든 더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를 썼다. 희생자를 향한 그리움과 미안함, 남겨진 이들의 슬픔과 분노, 그리고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시편마다 응축돼 있다.

수록작들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국가적 재난 이후의 시간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보고 싶다는 말을 버릇처럼 중얼거리다 입을 다문다"는 고백부터, 떠난 존재가 아직 '이곳과 저곳 사이'에 머물러 있는 듯한 감각, 기록하는 자의 무력감과 남은 자의 기도가 차분하게 이어진다. 시인들은 애도의 언어가 멈추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공동체가 다시 숨을 쉴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시집은 "진실이 밝혀질 때에야 진정한 애도가 가능하다"는 문제의식을 분명히 한다. 시간이 흐르며 사회적 관심이 희미해진 지금, 시는 기억을 붙드는 도구이자 더 이상의 참사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으로 제시된다. 애도는 과거에 머무는 감정이 아니라, 현재를 견디고 미래를 지키기 위한 행위라는 메시지다.

'보고 싶다는 말'은 비극을 미화하지 않는다. 참사 이후 대신 울다 지친 이들 곁에 조용히 놓이는 언어로, 기억과 연대의 책임을 독자에게 건넨다.

 한국작가회의 엮음 | 안온북스 | 200쪽


샘터 제공

대표적 서정 시인이자 윤동주문학상, 천상병귀천문학대상, 황순원문학상 수상자인 소강석 목사가 시 창작의 실제를 담은 안내서 '영혼을 담은 시 쓰기'를 출간했다. 열세 권의 시집을 펴낸 시인이 자신의 체험과 사유를 바탕으로 "어떻게 시를 쓸 것인가"라는 질문에 정면으로 답한 책이다.

이 책은 이론 중심의 창작론이 아니라, 시인이 몸으로 겪으며 축적한 창작의 과정과 내면의 변화를 중심에 둔다. 소강석 시인은 "이 책은 시의 이력서이자 자소서 같은 기록"이라며, 시를 쓰게 된 계기부터 시적 감각의 진보와 심화 과정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시를 머리로 이해하기보다 가슴으로 느끼도록 이끄는 것이 특징이다.

책은 시인의 성장기와 시적 감수성이 형성된 배경에서 출발해, 시의 기원과 본질, 창작의 동력과 방법론을 단계적으로 짚는다. 특히 '낯설게하기', 이미지와 은유, 함축과 은닉, 역설과 반어 등 핵심적인 시적 기법을 실제 작품 사례와 함께 설명하며, 기교 이전에 시인의 체험과 진실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시인은 "아무리 화려한 수사와 기교가 있어도 시인의 삶이 녹아 있지 않으면 독자는 물러난다"며, 시는 결국 삶의 체험을 통과한 언어여야 한다고 말한다. 순간적인 자극에 그치는 '콜라 같은 시'가 아니라, 독자의 가슴에 오래 남는 '물 같은 시'를 지향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반복된다.

후반부에서는 필사와 습작의 중요성, 시집 출간 과정, 스승과의 만남 등 예비 시인들이 실제로 마주하는 고민에 대한 조언도 담았다. 시를 쓰는 일이 개인적 표현을 넘어 시대의 아픔에 응답하고, 희망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는 시인의 인식도 분명히 드러난다.

소강석 지음 | 샘터 |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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