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심장 방문한 이재용 회장 "과감한 투자로 기술 경쟁력 회복"

"과감한 혁신, 투자로 본원적 기술 경쟁력 회복하자"
도약 중인 삼성 반도체 현장 직접 찾아 경영 메시지
직원들 격려하고 차세대 연구개발 단지 현황도 점검
임직원들과 현장 간담회 갖고 의견 청취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자사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며 "과감한 혁신과 투자로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자"고 말했다. AI 확산으로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의 도약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직접 현장을 찾아 힘을 싣는 한편 기술 주도권 확보에 대한 의지를 담은 신년 경영 메시지를 낸 것이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경기도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 있는 DS부문의 차세대 연구개발(R&D) 단지인 'NRD-K'를 찾아 시설 현황을 비롯해 메모리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스템반도체에 걸친 차세대 제품과 기술 경쟁력을 점검했다. NRD-K는 삼성전자가 미래 반도체 기술 선점을 위해 건설한 연구개발 단지로, 공정 미세화 관련 기술 향상과 반도체 설계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 회장은 오후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캠퍼스로 이동해 디지털 트윈과 로봇 등 미래 기술을 적용한 제조 자동화 시스템 구축 현황과 AI 기술 활용 현황도 점검했다. 아울러 DS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 등 반도체 사업 주요 경영진과 함께 업계 트렌드와 미래 전략을 논의했으며,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최첨단 제품 사업화에 기여한 개발, 제조, 품질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경청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이 회장의 '기술 경쟁력 회복' 발언은 지난 3월 임원 세미나에서 내놓은 고강도 발언 이후 사실상 처음 외부로 알려진 경영 메시지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다. 당시 이 회장은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임원들에게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올해 초 고개를 들었던 삼성 위기론은 반도체 사업이 탄력을 받으며 현재 '삼성 도약론'으로 전환된 만큼 성과를 격려하면서도, 치열한 기술 경쟁 속에서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도 담은 메시지를 현장에서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HBM 등 초기 AI 반도체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주도권을 놓쳤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회복하는 모양새다.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3E는 AI칩 시장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를 포함한 다양한 고객사에 판매를 확대하면서 3분기 판매량이 2분기 대비 1.8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삼성전자 HBM4는 내년 하반기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인공지능)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될 메모리반도체 성능 테스트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5세대 HBM까지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공급 우위를 점하면서 올해 3분기에도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과반 지위를 유지했지만, HBM4부터는 두 기업의 경쟁 체제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보는 업계 관측도 적지 않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도 삼성전자의 성장이 예상된다. 해당 시장의 점유율은 대만 TSMC가 70% 이상으로 압도적이지만, 최근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애플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과 계약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용 AI칩을 차량에 탑재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해당 칩의 신세대 버전인 AI6 생산 계약을 따냈다. 계약 규모는 최소 165억달러로 알려졌다. 8월에는 애플과 아이폰용 이미지센서 개발, 생산 계약도 맺었다. TSMC가 글로벌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운 만큼, 첨단 파운드리 역량을 갖춘 삼성전자와 빅테크 기업 간 협업이 더욱 잦아질 수 있다는 게 시장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런 주요 협업 성과의 배경에는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도 주요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0월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와 '치맥 회동'을 가지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뿐만 아니라 올해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도 수 차례 만나며 글로벌 AI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연합 결성을 추진해왔다. 그보다 앞선 2023년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 연구소에 만나 협업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DS 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이 15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반영된 지난 3분기 삼성전자의 전사 영업이익이 12조 1661억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이 반도체 호조에 힘 입어 1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삼성전자의 역대 최대 연간 영업이익 기록인 2018년 58조 8900억 원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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