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실적에 흔들리던 수원시…이재준 시장 '신의 한 수' 통했다

인구 118만 대도시, 재정은 단일 기업에 흔들려
법인세 '0원' 충격…기업 유치로 방향 전환
23개 기업 유치…투자·고용 성과 수치로 확인
새빛펀드로 정착 지원, 경제자유구역 추진까지

수원시청. 수원시 제공

경기 수원시는 인구 118만 명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도시다. 경기도청이 위치한 '경기도의 수도'로, 교통망과 문화·복지 인프라도 일정 수준 이상을 갖췄다. 행정과 생활 기능 측면에서는 수도권 핵심 도시로 분류된다.

하지만 도시 외형과 달리 재정 구조는 취약했다. 삼성전자 본사가 위치한 영향으로 법인지방소득세 비중이 높았고, 기업 실적 변화가 곧바로 시 재정에 반영되는 구조가 굳어져 왔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지난해 뚜렷하게 드러났다. 삼성전자 실적 악화로 법인지방소득세 납부액이 '0원'까지 떨어졌고, 지방교부세 감액까지 겹치면서 재정 전반에 '재정 절벽' 우려가 제기됐다. 대도시 수원의 재정이 단일 기업 실적에 과도하게 연동돼 있다는 점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기업 유치로 세원 다변화 시도…수치로 나타난 변화

이재준 수원시장(오른쪽)이 엠비디㈜와 투자협약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수원시는 이 같은 위기를 계기로 재정 구조 전환에 나섰다. 해법으로 선택한 것은 기업 유치였다. 단기 세수 보완이 아니라, 본사와 연구개발(R&D) 기능을 함께 끌어들여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세원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취임 직후 기업 유치를 시정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수원시는 투자금액의 6% 이내에서 최대 5억 원을 지원하고, 임대료는 3년간 50% 이내에서 최대 3억 원까지 지원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했다.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춰 기업의 이전과 정착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런 정책 기조 속에 수원시는 2022년 이후 올해까지 총 23개 기업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바이오, 반도체, AI, 첨단소재 등 기술 기반 기업을 중심으로 본사 이전과 연구소 신설·확대, 공장 이전이 이어졌다. SD바이오센서, 인테그리스, 바이오노트, 보령 등이 수원에 연구·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기업 유치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누적 투자금액은 약 3천억 원, 직접 고용 효과는 2490명이다. 수원시정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생산유발 효과는 5635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2016억 원으로 집계됐다. 취업 유발 효과도 2024명에 달했다.

이러한 변화는 재정 지표에도 반영되고 있다. 수원시의 2026년 총예산은 3조5177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정 대기업 실적에 따라 세입이 급변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다수의 중견·기술기업을 기반으로 한 세원 다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빛펀드로 '유치 이후'까지 관리…기업이 머무는 구조

이재준 수원시장이 수원기업새빛펀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수원시는 기업을 불러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업이 계속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 중심에 '수원기업 새빛펀드'가 있다.

새빛펀드는 시가 직접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 벤처캐피탈(VC)과 엑셀러레이터(AC)를 통해 투자를 유도하는 구조다. 수원시는 1·2차 새빛펀드를 통해 총 76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고, 이 가운데 수원 소재 기업과 이전 예정 기업에 대한 의무 투자 규모만 530억 원에 이른다.

현재까지 새빛펀드를 통해 수원 기업 19곳에 315억 원 이상이 투자됐다. 창업 초기 기업부터 바이오, 소부장, AI 등 첨단 분야 기업까지 투자 대상도 폭넓다. 수원시는 보조금 중심 지원보다 민간 자본을 활용한 성장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완성 단계…자족도시 전환 노린다

수원시 경제자유구역 조감도. 수원시 제공

수원시가 그리고 있는 마지막 퍼즐은 경제자유구역이다.

권선구 일원 100만 평 규모에 반도체·AI·바이오 등 첨단산업 R&D 중심의 거점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교통 접근성과 대학·연구기관이 밀집한 산학연 환경을 강점으로 내세워 올해 4월 경기경제자유구역 후보지로 선정됐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완료되면 연구개발과 산업, 주거, 교육, 문화 기능이 결합된 복합 도시 조성이 가능해진다. 수원시는 이를 통해 일자리와 소비, 세수가 도시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고,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자족형 도시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도시 규모와 인프라는 충분했지만 재정 구조는 취약했다"며 "기업 유치와 투자 환경 조성을 통해 산업과 세원을 분산시키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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