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고참'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당명 바꾸는 것보다 국민들이 끄덕일 수 있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당에 일침을 가했다.
22일 유 시장은 CBS 라디오(FM 98.1)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향후 노선 변경' 언급에 대한 질의를 받고 "당대표가 먼저 집토끼부터 잡은 뒤 변화를 가져오겠다고 하는데, (우리 당이) 그렇게 한가하지가 않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진영에 갇혀 전략과 전술로 국민들 마음을 얻기 어렵고, 진정성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대안 없이 음식점 간판만 바뀐다고 장사가 잘 되진 않는다. 쓴소리가 아닌 '바른 소리'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권력자가 권한을 가지면 착각에 빠지기 쉽다"며 "당대표가 자신을 예외로 놓고 남 탓을 해선 안 된다. 자기 자신이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를 중심에 두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선포에 따른 이른바 '내란 프레임'에서 깨끗이 벗어나, 현 정부여당을 뛰어넘는 '진심과 실력'을 갖춘 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와 관련한 해법으로는 과거 '천막당사' 사례를 들었다. 유 시장은 "17대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탄핵 역풍으로 당시 지금보다 더 큰 위기에 처했었다"며 "당명 교체 수준이 아니라 간판을 다 뜯어내고 당사와 연수원 1500억 원을 국가에 헌납까지 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또 "그건 다름 아닌 '희생'이었다"며 "당시 박근혜 대표는 붕대 감은 손으로 감동의 연설을 하며 위기를 극복할 '내용'을 만들어 기적의 승리를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가 내년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 이후를 벼르고 있는 데 대해서는 "국민들이 국민의힘에 마음을 두지 못하는 데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지, 저쪽(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 상황을 보고 움직이려면 너무 늦는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 등과 일명 한동훈계 간 갈등설에 관해서는 "내부 정치권력의 투쟁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두가 자중해야 한다"며 "김문수‧한동훈 러브샷 역시 언론에서 화제는 되겠지만, 분열과 자기 정치 모습으로 비춰지면 국민들은 냉혹해질 수밖에 없다"고 당의 단합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유 시장은 위기 속 기회를 겨냥했다. 이환위리(以患爲利, 근심 속에서도 기회를 찾아야 한다)다. "지방선거로 독재의 완성을 막아낼 마지막 전쟁을 치르자"는 것이다.
아울러 유 시장은 "현재 대한민국이 위기라고 보는 분들도 많다"며 "민주당 정권,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권력과 사법부 장악 시도를 하는 데 대해 불안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는 보수정당이 외부에서 '용병'을 영입해 성공한 경험들을 소개하며 '새로운 인물론'을 띄우기도 했다. 다만 특정 인물을 추천하는 데에는 손사래를 쳤다.
국민의힘 대권 잠룡인 유정복 시장은 합리적 보수성향을 지닌 정치인이면서도, 그간 자유와 실용주의, 안보, 안정성, 포용성 등 정통 보수 가치를 앞세워 왔다. 첫 민선 경력(김포군수)을 기준으로 7선의 30년차 전국 최장수 정치인이기도 하다.
한편 이날 방송 출연 이후 유 시장은 최근 뉴스쇼 하차를 선언한 김현정 CBS PD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