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재선 의원이 의정활동 중 같은 당 7선인 손태화 의장으로부터 폭언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구점득(국민의힘. 팔룡·의창동) 의원은 19일 오후 제148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신청해 손태화 의장에게 심각한 폭언을 들었다며 공개사과를 요청했다.
구 의원은 지난 16일 경기도 관외 출장계획서 결재를 받고자 의장실을 방문했다가 폭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시의원이 일반적인 의정활동을 의장에게 보고하지는 않지만, 예산이 들어가는 출장이라면 회계 책임과 공무수행 정당성을 갖추고자 의장 승인을 거쳐야 한다.
구 의원은 "의장 방에서 의원으로서 들을 수 없는 모욕적 언사와 봐서는 안 될 모습을 보고 말았다"며 "의장은 절차를 무시하고 거짓을 보고한다며 호통을 쳤다"고 말했다. 이어 "고함과 폭언이 이어졌고 탁자에 놓인 휴대전화를 집어들었다 놨다 하며 고함을 질렀다"면서 "급기야 '확'이라는 단어까지 튀어나왔다"고 주장했다.
구 시의원은 "의원이 출장 보고를 하는데 이렇게 모욕적 폭언을 듣는 것이 말이 되느냐. 이것이 의장과 동료 의원 간 대화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공무원들이 의장실에 보고하는 것을 꺼리고 다녀오면 야단맞는다는 풍문은 많이 들었지만, 겪어보니 이 정도일 줄 상상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구 의원 발언에 손 의장은 바로 해명에 나섰다. 손 의장은 "구 의원이 11월 21일 입법영향평가 조례 추진 계획을 설명하면서 수원을 벤치마킹하겠다는 말을 했지만 출장 가는 날을 특정해서 누구와 가겠다, 관용차를 써야겠다는 관외 출장 사전 보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날 아마 의회 사무국 직원들은 누구 목소리가 더 컸는지 다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 것 같다"며 "오해하지 말라. 다른 건, 그것도 말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돼 더 이상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반박했다. 손 의장은 22일 따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하지만, 같은 당 소속의 의장과 재선 의원이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구 의원이 그동안 손 의장 지역구에 있는 팔룡공원 사유지 보상이 과도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을 계속하면서 손 의장과 공개적으로 공방을 벌이기도 했는데 이같은 갈등이 번진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실제로 구 의원도 발언 중 "팔룡공원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런 것 아닌가"라며 이 문제를 언급했고, 손 의장도 "팔룡터널과 관련해서는 집행 기관에서는 모르쇠로 한 번도 거들떠도 안 봤다"며 "시민의 세금이 600억이나 들어가는 사업이며, 아무도 이야기 안 하는데 의장이라도 그 이야기를 해서 알아봐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해명하기도 했다.
앞서, 구 의원은 지난 1월 임시회에서도 5분 발언을 통해 손 의장을 저격하기도 했다. 그는 "후반기 의장 취임 후 반목과 갈등이 싹트고, 분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의정활동을 지원하고 갈등의 중재자 역할이 가장 우선이라 생각하지만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의장의 자리는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고 갈등의 중재자 역할이 가장 우선이라 생각을 하지만, 이와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며 이는 지난 연말 정례회를 앞두고 역량 강화를 위해 실시한 의정연찬회에 의원들의 역대 최대 불참으로 의사를 대신한 것으로서 화합의 부재를 뚜렷이 보여 주었다"고 짚었다.
손 의장의 독단적 의회 운영에 대한 반발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도 잇단 마찰을 빚고 있다.
민주당 의원단은 지난 10월 손태화 의장의 일방적 의회 운영을 이유로 오는 11월 초 예정된 의정연수(연찬회)를 전면 보이콧하기로 공식 선언했다.
기자회견을 연 민주당 의원단은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이 자신의 신상과 관련한 발언을 요청했으나 손태화 의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접수된 민원 사항을 손 의장이 내부 조사나 면담 절차 없이 윤리위원회에 곧바로 회부했다는 점을 들어, "손태화 의장은 소통 없는 독단적 의회 운영으로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공정과 협치를 망가뜨린 의장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단이 지난 6월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손태화 의장이 국민의힘 시의원 2명을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운영자문위원에 추천한 사실을 비판하며 "의장직은 특정 정파의 이념을 관철하는 자리가 아니라 의회 전체를 대표해야 하는 자리"라고 날을 세웠다.
손 의장은 올해 초 극우 성향 탄핵 반대 집회에 잇따라 참석해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되거나,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역 의장으로는 처음으로 출판기념회를 열어 스스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