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메모리 생산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경쟁사인 마이크론이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증가로 호실적을 거두며 생산 능력 확장에 나서자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2026 회계연도 1분기'(2025년 9~11월) 매출액이 136억 4천만 달러(약 20조 2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특히 마이크론은 고성능 AI 칩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규모가 2028년까지 연평균 40%씩 성장해 1천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론은 내년 설비투자액을 기존 18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마이크론이 수익성이 높은 AI 반도체 시장 집중하기 위해 소비자용 메모리 시장 철수를 결정한 데 이어 증산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메모리 업계 3위 마이크론 추격에 맞서 국내 업체들은 마이크론과 생산력 격차 확대 전략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화성 등 국내 사업장을 중심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가동률을 상향 조정 중이다. 최근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서버용 메모리 시장에 대응하고자 HBM과 DDR5 등 고부가 제품 비중도 늘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거점인 평택캠퍼스 2단지 5라인(5공장) 골조 공사 재개를 결정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라인으로 추진하던 평택캠퍼스 4공장 2단계 라인을 첨단 메모리 라인으로 전환해 건설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도 최근 청주캠퍼스 내 기존 M15 옆에 건설 중인 M15X 클린룸을 조기 완공하고 생산 속도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D램 및 AI 반도체 전용 생산라인인 M15X는 애초 지난달 완공과 내년 이후 양산 착수가 목표였으나, 이보다 한 달 빠른 10월에 라인을 오픈한 뒤 장비 반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HBM을 비롯한 첨단 D램 생산 능력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SK하이닉스는 중장기 증설 대상인 용인 1기 팹도 원래 계획보다 이른 지난 2월 착공했고 2027년으로 예정된 준공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용인 1기 팹은 M15X 6개 규모로, 이를 포함해 4개 팹 규모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공되면 HBM과 차세대 D램 등 AI 메모리 공급 확대를 위한 핵심 생산 거점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생산 능력이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지난해 1천억 달러(약 148조 원)였던 D램 시장 규모가 서버 및 HBM 수요 증가에 힘입어 내년에는 1700억 달러(약 251조 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