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독일 발벗고 뛰는데 한국은?

한화오션 장영실함. 연합뉴스

캐나다 초계 잠수함 도입 사업 입찰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종 후보로 좁혀진 한국과 독일의 외교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달 신형 잠수함 개발 요구 조건 등을 담은 최종 입찰제안 요청서를 양국에 전달했으며, 내년 3월까지 제안서를 제출받은 뒤 상반기 중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총사업 규모가 한국 한 해 예산의 10%에 육박하는 초대형 사업 수주를 위해 절충교역 등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사업 규모 최대 600억 달러, 한국 조선 한 세대 책임질 초대형 프로젝트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Candian Patrol Submarine Project)는 캐나다 해군이 1990년대 도입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3천t급 이상 디젤 잠수함 8~12척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획득 비용만 200~240억 달러, 유지·운용(MRO) 비용까지 포함하면 약 600억 달러 규모다. 기후 변화로 북극항로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북극권에서 러시아·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겠다는 필요성에서 시작됐다.
 
수주전의 향배는 한국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 간 경쟁구도로 압축됐다. 건조기간과 기술적 측면에서는 한국의 우위가 예상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통상 9년 소요되는 건조 기간을 6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제안했으며 리튬배터리·AIP·소나·전투체계 기술 등에서 강력한 잠수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기술을 제외한 비(非)기술적 부분이다. 이런 대규모 방산 프로젝트는 기술력과 납기가 수주의 모든 조건은 아니다. 캐나다 정부는 산업 협력, 절충교역(ITB), 안보 동맹 관계, 전략산업 투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뛰어난 잠수함 생산업체 선정을 넘어서, 향후 캐나다와 '정치·경제·안보'를 함께할 파트너를 선택하겠다는 뜻에 가깝다. 이번 사업 수주전이 업체 경쟁을 넘어서 '국가대항전'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에너지와 핵심 광물 분야 G2G 제시한 독일…발빠른 행보

독일 정부는 캐나다로부터 최종후보자 통보를 받은 지난 8월부터 발빠른 행보를 보여왔다. 최근 독일 해군에 1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전투관리체계(CMS)를 도입하기로 하고 캐나다와 방산 협력 구도를 형성했다. 여기에 핵심광물, LNG, 수소 분야의 정부간 협력을 진행 중이며 지난 8월 핵심 광물 협력에 대한 공동의향 합의서를 체결했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장관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한 직후 우리측 고위 관계자에게 "독일 폭스바겐이 캐나다에 폭스바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현대차 공장을 캐나다에 설립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의 이런 행보는 최근 계속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마찰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프로젝트를 캐나다의 대미 경제·안보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적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셈이다.
 

호주, 폴란드 수주전 실패, 정부 소극적 태도 도마위에

거제조선소 방문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연합뉴스

독일의 적극적인 '구애'에 비하면 아직 한국의 태도는 미지근하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를 시작 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두 번이나 만나 방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카니 총리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함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찾아 잠수함 건조 능력을 직접 확인하고 제안 모델 잠수함에 직접 승함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구체적 제안이 오가는 정황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의 방위산업은 최근 K-9자주포의 수출 증가 등 국제 정세 불안정과 함께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취약한 모습을 노출시키고 있다. 폴란드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는 최종전까지 스웨덴과 경합을 벌였지만 지난 달 고배를 마셨다. 앞서 지난 2024년에는 호주가 기존 노후 호위함을 대체하기 위해 호위함 11척을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했지만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2차 후보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계속되는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실패에 정부의 지나치게 소극적 자세가 비판받고 있다.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방산 프로젝트는 특성상 국가간 경제·외교·군사적 보상이 패키지 형식으로 오가는 것이 관례다. 외국으로부터 군사 장비, 물자 및 용역을 획득할 때 외국 계약자에게 기술 이전 및 부품 역수출 등 일정한 반대급부를 요구하면서 벌어지는 교역을 '절충교역'이라고 한다. 한국은 이런 절충교역에 특히 약하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방산 프로젝트서 정부 역할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족쇄 풀어야…

한국이 절충교역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 제도적 미비가 꼽힌다. 김대영 한국 국가전략연구원 군사전문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독일이나 스웨덴 같은 나라는 국가적 필요에 의해서 어떤 한 국가에게 수요를 몰아줄 수가 있다. 캐나다의 중요한 프로젝트 수주전에 자국이 참가하면 조건과 상관없이 캐나다 전투기를 구매한다거나 그런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일정 금액 이상을 넘어가면 무조건 경쟁 입찰을 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절충교역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적 프로젝트 수주전에 막 뛰어든 한국 방산업계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국가단위 절충교역을 위한 합리적 제도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이러다 보니 당장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캐나다 프로젝트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범정부적으로, 특히 대통령이 결심을 해서 어떻게 캐나다에 반대급부를 줄 것인지 상세하게 독일하고 차별화를 두지 않으면 독일한테 질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현재까지 중론"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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