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안나> 안녕하십니까.
◇최진성> 지난 7월이었습니다. 강릉의료원장으로 취임하셨는데, 취임 이후 사실 긴 시간이 지난 건 아니지만 좀 어떠셨는지부터 들어보고 싶어요.
◆최안나> 우선 개인적으로는 서울을 떠나서 처음 강릉에 와서 살아보는데 너무 잘 온 것 같습니다. 강릉 너무 좋고 맛집도 많고, 살 찌고 있습니다.
◇최진성> 여름에 오셨으니.
◆최안나> 지난 7월 4일에 왔고, 중간에 참 뜻하지 않게 가뭄도 같이 겪으면서 지냈지만 그래도 환경도 너무 좋고요. 그동안 만나 뵌 많은 강릉 시민들이 또 너무 따뜻하게 환영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저희 의료원으로 보면 사실 강릉 자체는 그렇게 의료 취약지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좋은 병원도 많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지방의료원은 무엇을 해야 되는가를 직원들과 고민하면서 길을 찾는 5개월이었습니다.
◇최진성> 길을 찾는 시간이라고 해도 넉넉한 시간은 아니었을 텐데요. 아무튼 다시 한 번 환영하고요. 그럼 이번에 몇 대 의료원장이신가요?
◆최안나> 16대 의료원장입니다.
◇최진성> 16대 의료원장.
◆최안나> 그러니까 1913년에 당시 일제시대 때 만들어져서 그동안 도립병원으로서 강릉뿐만 아니고 영동권 지역민들의 건강을 책임져 왔습니다. 예전 선배님들은 강릉의료원이라고 하면 '서울에서 파견 왔다' 이런 이야기도 많이 하시고, 예전에는 분만도 많이 하고 영동 지역의 중추 병원이었다고 기억하시더라고요. 그만큼 훌륭한 역할을 해왔던 의료원에 제가 원장으로 오게 돼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반면 민간 의료기관은 놀라운 발전을 계속해 왔고, 상대적으로 공공병원들은 발전이 더뎠던 부분이 있죠. 그런데 이제 시대적으로 공공의료가 지역에서 더 역할을 해야 될 시기가 왔습니다. 지난 정부도, 지금 정부도 보건의료 정책에서 지방의료원이 중심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도약할 시기에 제가 그 책임을 다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최진성> 오늘 공공의료에 대한 아쉬운 점이나 보완해야 될 부분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밝은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게요. 취임하신 지 5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여러 노력들을 하고 계세요. 강릉의료원이 저소득 어르신 인공관절 수술 지원 공로를 인정받으셨는데, 축하 드립니다.
◆최안나> 감사합니다. 강릉의료원엔 정형외과 과장님 두 분이 계십니다. 대표적인 진료 중 하나가 연세 드신 분들의 무릎 관절 치료인데, 특히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적극 협력해서 하고 있습니다. 강릉뿐만 아니라 영동 지역에서 많이 오시고, 내년 7월까지 예약이 잡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두 분 과장님께서 수술과 외래를 번갈아 가며 애써 주고 계십니다. 노인회에서 그 공로를 인정해 추천을 해주셔서 이번에 보건복지위원장 상을 받게 됐습니다.
강릉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27%로 굉장히 많습니다. 요양원이나 촉탁 진료를 나가보면 90세, 100세 어르신도 많이 계시는데, 무릎 관절이 안 좋아 움직이지 못하면 건강이 급격히 나빠집니다. 어르신들의 일상을 되찾아 드리는 중요한 수술이고, 과장님들 덕분에 병원을 대표해서 상을 받게 됐습니다.
◆최안나> 감사합니다. 저희가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보건지소 등 의사가 없는 지역에서 병원에 오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전문의가 직접 원격으로 협진을 하고 있어서 그 공로로 상을 받았습니다.
◇최진성> 지역에 꼭 필요한 영역인 만큼 잘 정착되길 기대합니다. 이제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청취자분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최안나>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의 95%가 민간이고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공공의료기관은 5% 정도입니다. OECD 평균에 비해 공공의료 비중이 낮죠. 그만큼 민간 의료기관이 우리나라 의료 수준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 국민 단일 건강 보험 체계 안에서 민간이 투자해 지은 병원이라고 하더라도 공적인 보험 체계 내에서 같이 의료를 발전시켜 온 거죠.
외국에서 살다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의료 수준이 상당합니다. K-의료라고 하죠. 우리나라처럼 전문의를 당일에 빠르게 만나서 외국의 몇십분의 1의 비용으로 만나서 이렇게 우수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민간 의료기관의 자기 발전과 또 그 안에서 경쟁과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이렇게 된 것이거든요.
하지만 민간의료 기관에서 대부분 의료행위가 이루어지게 되면, 예를 들어 메르스나 코로나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인데 민간에만 이 부담을 다 지울 수 없거든요.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수익성보다는 지역에 꼭 필요한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를 공공의료기관이 책임져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제가 85학번인데 저 어릴 때만해도 시립병원 이런 곳에 예를 들어 노숙자나 취하신 분들이 찾아오셨거든요.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공공병원을 찾는 국민들의 눈높이도 매우 높습니다. 공공이라고 해서 질 낮은 의료를 기대하는 게 아닙니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의료는 민간이 잘하는 부분은 뒷받침하고, 민간이 하기 어려운 영역을 높은 퀄리티로 메우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의료에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 공공의료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릉에는 좋은 병원들이 많지만, 강릉의료원이 제 역할을 한다면 강릉 시민들에게 가장 좋은 의료 환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진성> 그런 차원에서 강릉의료원의 앞으로 계획이나 비전도 세우고 계실 텐데요.
◆최안나> 네, 사실 제가 7월에 와서 보니까 이미 많은 발전 계획이 준비돼 있었습니다. 지금 저희가 예전에 지은 병원이다 보니 지상 주차장만 있었는데, 현재 6층 규모의 주차장을 짓고 있고요. 직원들이 타 지역에서도 와서 잘 지낼 수 있도록 기숙사도 새로 짓고 있습니다. 이건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이고, 내년부터는 약 100병상을 추가로 증축하는 복합병동 증축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강릉에 의료기관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분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 하나가 재활센터, 또 하나는 호스피스 병동과 긴급 치료 병상입니다. 새로 짓는 병동에는 이런 부분들을 보완하려고 합니다. 지금도 강릉에서 웬만한 질환은 다 치료가 되지만, 안 되는 경우에는 서울이나 원주, 춘천까지 가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런 일이 없도록 강릉 안에서 필요한 진료를 다 받을 수 있게 준비하고 있고, 도와 정부도 같은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최진성> 말씀하신 것처럼 영동 지역에 재활 전문 병원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될 텐데요. 강원도에는 춘천에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최안나> 춘천하고 동해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뇌졸중 같은 중증 환자들이 급성기 치료는 강릉아산병원 같은 3차 병원에서 받고, 이후 회복기 재활을 할 병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강릉에는 그 역할을 할 곳이 없어서 춘천까지 가고 계신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재활센터를 빨리 지어서 2027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급성기 중증 치료는 강릉에서 받고, 회복기 재활은 의료원에서 받고, 또 저희가 재택의료도 시작했기 때문에 병원 치료 이후에는 방문 재활과 퇴원 환자 관리까지 이어서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강릉 시민들은 강릉 안에서 필요한 치료를 다 받을 수 있게 되는 거죠.
◆최안나> 가장 어려운 점은 재활센터를 운영할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아직 모시지 못했다는 겁니다.
◇최진성> 의료진 문제군요.
◆최안나> 네. 계획을 처음 세울 때는 재활의학과 전문의 선생님이 계셨는데, 코로나를 겪으면서 의료원이 모든 진료를 접고 코로나 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재활의학과를 포함해 여러 과의 선생님들이 이직을 하셨습니다. 지금은 재활의학과 전문의 없이 센터를 지어야 하는 상황이 가장 큰 어려움이고, 그래서 거의 매일 공고를 내고, 제가 아는 재활의학과 선생님들께도 다 직접 연락도 하면서 뜻을 함께할 분을 백방으로 찾고 있습니다.
◇최진성> 원장으로서 부담이 클 것 같습니다.
◆최안나> 병원은 건물만 지어서는 안 되고, 결국 좋은 의료진이 핵심입니다. 좋은 의사 선생님, 좋은 간호사 선생님들이 있어야 병원이 돌아갑니다. 전국에 의료원이 35곳 있는데 평균 의사 수가 37명 정도입니다. 그것도 부족하다고 해서 40명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방향인데요. 강릉의료원은 지금 의사가 15명뿐입니다.
◇최진성> 20명도 안 되는군요.
◆최안나> 네, 전국 의료원 중에서도 가장 작은 규모입니다. 강릉은 영동 지역의 중심 도시인데 의료원 규모는 제일 작은 편이라서, 강릉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진료를 하려면 무엇보다 좋은 의사 선생님들을 모시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최진성> 결국 의사 부족 문제가 큰 과제인데,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겠습니까?
◆최안나> 의사들도 다른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서울·수도권을 선호합니다. 생활 여건, 자녀 교육 문제 등이 크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의사들은 환자가 있는 곳으로 온다는 겁니다. 볼 환자가 있으면 모입니다.
교통이 좋아지다 보니 강릉에서도 서울을 1시간 40분이면 가잖아요. 그래서 지역에서 내가 잘 봐줄 수 있는 환자들이 "서울 유명 병원으로 갈게요, 의뢰서 써주세요"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의사들은 잘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도 진료 의뢰서만 써주는 역할에 자괴감을 느끼게 되죠.
저는 서울에서도 근무했고, 개업도 해봤고, 대학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에서도 일해봤지만, 거기 있는 의사와 여기 있는 의사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환경이 다를 뿐입니다. 의료는 의사 한 명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팀워크, 장비, 시스템이 함께 가야 합니다. 그런 시스템을 강릉의료원이 만들어야 의사를 모실 수 있고 환자도 지킬 수 있습니다.
정부도 필수 의료에 예산에 내후년 1조 1천억원 투입하겠다고 하고 있고, 의료원은 그에 맞춰 준비하고 있습니다. 강릉 시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만나시는 의사를 신뢰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의사는 여러분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 믿음을 지키기 위해 저희도 그에 걸맞은 의료진을 모실 수 있는 환경을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최진성> 최진성의 위클리오늘, 오늘은 최안나 강릉의료원장 모시고 우리 지역의 공공의료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방금 말씀하셨지만, 무엇보다도 일이 일어나기 전에 예방을 잘할 수 있다면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의료에서도 중요한 부분인데요. 그런 차원에서 강릉의료원에서는 올해 9월부터 대표적인 예방 과정인 건강검진센터를 재구조화하고 체계를 개편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최안나> 네, 건강검진센터가 있는데도 강릉의료원에 검진센터가 있는 줄 모르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최진성> 강릉에 산 지 한 15년 정도 됐는데, 저도 전혀 생각을 못 했습니다.
◆최안나> 시내에 유명한 개인 검진센터들이 많다 보니 그쪽을 많이 이용하시는데요. 저희 건강검진센터는 국가검진도 하고 있고, 이번에 대대적인 공사를 통해 장애인 친화 검진센터로 새롭게 정비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나 장애가 있으신 분들도 건강검진을 쉽게 받으실 수 있도록 준비했고요.
이번에 내시경을 굉장히 잘하시는 내과 전문 선생님께서 센터를 맡으셨습니다. 많은 검진기관들이 수익성 때문에 공장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는데, 의료원은 적정진료를 기준으로 인증을 받는 곳이라 소독이나 감염관리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습니다.
예진부터 내시경, 이상 소견이 있을 경우 즉각적인 치료까지 전문의가 직접 담당합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증상이 전혀 없던 분이 검진을 통해 암 진단을 받고 바로 입원 및 치료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원스톱 검진·치료 체계입니다.
의료원은 건물은 오래됐지만 장비는 항상 최신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CT나 MRI 같은 검진 장비의 퀄리티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시민 여러분께서 국가 재산인 의료원 시설을 많이 이용해 주셔야 그 의미도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오시면 당일에 모든 검사와 치료까지 가능한 곳이고, 장애가 있으신 분들뿐만 아니라 특수검진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문의 주시면 바로 예약을 잡아드릴 수 있습니다.
◇최진성> 공공의료기관인 강릉의료원 건강검진센터에 대해 시민들이 잘 몰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안나> 실제로 환자분들 중에 "작년에도 검진했는데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과지를 보면 '전문의 상담 요망'이라고 써 있어도 추적관찰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검진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건강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저희는 처음 예진부터 검사, 결과 판독, 치료까지 한 명의 전문의가 책임지고 진행합니다. 놓칠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이런 시스템은 대학병원에서도 구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워낙 환자가 많다보니 분업화가 돼 있기 때문이죠. 강릉의료원 검진센터는 한 전문의가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라 제대로 된 건강검진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최진성> 지역 공공의료 전반에 걸쳐 많은 개선과 노력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어느덧 2025년도 마무리 단계이고, 원장님께서 부임하신 지도 5~6개월이 지났습니다. 내년은 본격적인 운영과 경영의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은데요. 또 강릉의료원이란 이름을 사용한 지도 내년이면 20년이 되는 해라고 들었습니다. 청취자와 시민들께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 드립니다.
◆최안나> 강릉의료원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지방의료원들이 각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맞게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강릉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강릉에 꼭 필요한 의료원이 되기 위해 저희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고 내년에는 더 본격화되다 보니, 내원하시면 소음이 있거나 주차가 불편하실 수 있어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시는 분들께 '제대로 진단받고 치료받았다'는 느낌을 드릴 수 있도록 저를 포함한 2백50명 전 직원이 한 분 한 분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공사가 마무리되고 나면 강릉에 꼭 필요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의료기관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고, 믿고 많이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진성> 최진성의 위클리오늘. 오늘은 공공 지방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최안나 강릉의료원장과 함께했습니다. 바쁜 시간 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요. 앞으로 임기 동안 영동 지역 공공의료를 위해 힘써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최안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