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항공기 내에서 예상치 못했던 응급 환자가 발생한다면? 항공사들이 가장 상정하기 싫어하는 상황 중 하나다. 최근 항공 여행은 증가하는 반면 탑승객의 고령화와 노선의 장거리화가 뚜렷해지면서 항공사들이 이런 상황에 직면할 확률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극심한 난기류 상황까지 잦아지면서 응급상황 발생 가능성마저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과 통합을 앞두고 있는 대한항공은 늘어나는 노선과 승객만큼 이런 응급환자와 상황 증가 대처를 위한 시스템 마련에 전력을 쏟고 있다.
기내에서도 대학병원 응급실급 대응 시스템 마련
대한항공은 2016년부터 인하대병원을 위탁기관으로 지정해 기내 위성전화로 24시간 전문 의료진의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응급의료체계 '항공응급콜'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내 응급상황 발생 시 승객 중 의료진이 없거나 의료진 처치에도 증상 조절이 되지 않는다면, 응급의료콜 시스템을 통해 24시간 대기 중인 지상 의료진과의 연락을 주고받으며 의료지원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다.
운항 중 발생하는 다양한 응급 의료 상황에 대비해 국내외 규정에 따라 기내 의료기기를 탑재해 운영 중이기도 하다, 주기적인 기내 응급상황 분석을 통해 중증질환 승객들을 위한 원격 심전도 등을 비치하는 등 전문 의약품과 의료기기 보유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고객을 직접 마주하는 객실승무원과 운송직원에게는 실제 응급 환자 발생 사례를 기반으로 한 교육과 훈련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공황장애·폐소공포증 등 불안장애 승객 대응 교육도
최근 공황장애·폐소공포증 등 불안장애 승객 증가에 따른 대응도 적극적이다. 대한항공은 항공여행 사전 준비 안내를 강화하고 기내 공황발작 시 실질적 대처를 위한 교육 동영상을 자체 제작해 운영하고 있다. 영상은 대한항공 홈페이지와 기내 엔터테인먼트 AVOD 시스템에서 확인 가능하며, 항공기 탑승 전 준비사항과 항공기 안전성, 기내 공황발작 발생 시 단계별 대처방법, 직접 따라할 수 있는 호흡 요법 및 이완 요법으로 구성돼 있다.
승객들에게 건강한 비행을 위한 조건을 숙지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장거리 비행이나 기내 환경 변화에 대비해 편한 옷과 신발을 착용하고, 일정 시간마다 스트레칭을 하도록 권유한다.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되 알코올은 자제하고, 식사는 가볍게 할 것을 당부한다. 평상시 복용하는 당뇨약, 고혈압약 등 개인 약품을 반드시 소지하는 것도 중요한 주의사항이다.
통합 항공사 출범에 대비한 '절대 안전' 확보가 목표
대한항공은 통합 항공사 출범에 대비해 '절대 안전'을 목표로 환자 승객 운송 체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사내외 의료 전문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6월부터 아시아나항공과 양사 보건의료 조직을 통합한 '통합 항공보건의료센터'를 운영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던 의료 장비와 전문 인력을 대한항공 본사 항공보건의료센터로 이전해 하나의 체계로 묶었다. 양사 첫 통합 조직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선(先) 통합으로 각종 업무를 표준화하고 안정화해 통합 항공사 출범 시 완전한 일원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11월엔 대한항공과 인하대병원이 공동으로 '제1회 항공응급콜 전문성 및 리스크 관리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행사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 관계자들도 참여해 기내 응급 의료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또한 기내 의료진의 응급처치 협조를 장려하고, 응급처치에 대한 법적 보호와 연계한 다양한 논의도 진행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심포지엄 개최를 시작으로 매년 1회 이상 정례화해 기내 응급 상황 대응 역량을 높이고 안전 경쟁력을 체계적으로 확보해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