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특정 업체에 불법 하도급을 주도록 지시하고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가철도공단 전직 간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김병만 부장판사)는 최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국가철도공단 전 기술본부장 겸 상임이사 A(62)씨에게 징역 12년과 벌금 7억 5천만 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200만 원을 명령했다.
A씨는 기술본부장 겸 상임이사로 재직하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철도 공사를 낙찰받은 업체 대표들에게 전차 관련 업체인 B사에 하도급을 주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낙찰을 받은 업체 대표들은 A씨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공사 진행이 지연되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해, 공사 일부를 B사에 불법 하도급 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 같은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B사 회장과 계열사 관계자 등 3명으로부터 6605만 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 2점과 설 명절 선물비 200만 원, 368만 원 상당의 순금 호랑이 한 냥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1억 8천만 원 상당의 벤츠 승용차 1대를 받기로 약속한 혐의도 적용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하도급 계약에 위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고, 시계 역시 대신 구매를 부탁했을 뿐 뇌물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뇌물죄는 직무 집행의 불가매수성과 공정성, 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는 범죄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노골적인 범행의 대범함과 다른 피고인들과의 유착 관계 등을 종합하면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 대부분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A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B사 회장과 계열사 대표에게는 각각 징역 3년이 선고됐다. 또 다른 계열사인 전차선로 관련 C사 실운영자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 "국가철도공단이 수행하는 직무의 공정성과 청렴성, 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며 "특혜성 업무 방해로 공정한 경쟁 질서도 크게 훼손됐다"고 밝혔다. 다만 "범행 사실 대부분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과, 공단 공사에서 실제 부실 시공이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