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퇴직공직자 대부분이 취업심사를 통과하면서 취업심사제도가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했다는 시민단체 지적이 나왔다. 특히 국회 퇴직자들이 가장 많이 취업한 기업은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빚은 쿠팡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9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국회 공직자 퇴직 후 취업 현황 기자회견'을 열고 "취업심사 기구인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사실상 '취업 승인 발급처'로 기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제도는 공직자가 퇴직 후 다른 기관에 재취업할 경우 퇴직 전 소속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지 심사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재직 중의 권한과 정보를 이용한 사익 추구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경실련이 2020년부터 2025년 12월까지 최근 6년간 국회의원·보좌진·사무처 등 국회 공직자 취업심사 438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취업제한 심사를 신청한 405건 중 394건(97.28%)이 '취업 가능' 결정을 받았다.
'취업 제한' 결정을 받은 경우는 11건뿐이었다. 하지만 경실련은 11건 모두 추후 취업가능 또는 취업 승인을 받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업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특별한 승인 사유가 있다면 취업을 허용하는 절차인 취업승인 심사를 신청한 33건은 전원(100%) 승인됐다.
퇴직자들의 취업처는 민간기업이 239건(54.57%)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삼성·현대·SK·LG 등 대기업 재벌 계열사가 126건(28.77%)으로 가장 많았고, 중견·중소 일반 민간기업이 113건(25.80%)으로 뒤를 이었다. 공공부문은 78건(17.81%), 로펌 등 전문서비스 법인은 61건(13.93%)으로 조사됐다.
경실련은 "국회 규제 및 입법 이슈가 많은 기업일수록 국회 출신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전략적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고 분석했다. 경실련 등이 대기업 재벌 계열사와 중견기업 계열사 135건 중 취업가능 혹은 승인 결정이 난 130건을 추가로 조사한 결과, 국회 퇴직자들이 가장 많이 이동한 계열사는 쿠팡(16건)이었다. 이어 LG 계열(11건), SK 계열(10건), 삼성 계열(9건), KT 계열(8건) 순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국회는 입법·예산·국정감사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기관"이라며 "국회 공직자가 퇴직 후 직무와 연관된 피감기관이나 대기업, 로펌 등으로 직행하는 것은 정경유착·전관예우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실련은 국회의 사정을 고려한 직무관련성 심사 강화, 기관 업무 기준 적용 확대(보좌진 포함), 취업승인 요건 강화, 심사 결과에서 구체적 사유 공개 의무화 등 실질적인 제도개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