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화답에 與반색…성탄절前 내란재판부 처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고삐를 죄고 있다. 대법원이 뒤늦게 자체 방안 마련에 착수했지만 냉담한 반응이다. 코너에 몰릴 때까지 관련 논의에 장기간 반대해왔다는 데 대한 반감과, 대법원 내부 규정인 예규로는 법적 구속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위헌성 시비를 줄였다는 점에서 반색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민주 "지금까지 뭐 했나"

대법원 예규 제정 방침에 민주당이 내놓은 일성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말이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18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그동안 민주당이 주도한 국회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사법부가 증명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아울러 사법부를 향한 압박도 물러섬이 없었다. 사법부가 이번처럼 마음만 먹으면 자체적인 전담재판부를 꾸릴 수 있는데도, 그간 입법 과정에서 부정적으로만 일관하다가 이제야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현실을 외면하고 내란 수괴와 동조 세력의 노골적인 지연 전술, 끝없는 절차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판에 대한 우려를 키워 온 점에 대해 먼저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용우 법률위원장은 별도 논평을 통해 "예규 제정만으로도 내란죄 등의 중대사건을 신속·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었음에도, 대법원은 지금까지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민적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대법원 자체 '예규' 못 믿는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민주당은 다만 내란전담재판부를 국회의 '입법'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입법권이 없는 사법부가 내규로 전담재판부를 추진하는 것은 안정성 면에서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예규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대법원이 필요에 따라 언제든 제정·개정·폐지할 수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애시당초 재판부, 사법부를 못 믿어서 내란전담재판부를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입법은 그대로 진행한다"며 "재판 지연에 대한 문제점도 계속 얘기해 왔는데,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해 보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율사 출신의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현 상황에선 예규를 위반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대법이 언제든지 또 말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없기 때문에 내란전담재판부를 출범시키자고 주장하는데, 그 사법부가 자체적으로 전담재판부의 '규칙'까지 만들게 되면 고양이에 생선을 맡기는 일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은 예규 자체에도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예규는 각급 법원에서 전체 판사회의와 사무분담위원회를 거쳐 전담재판부 수를 정하게 돼 있다. 그 뒤 모든 재판부에 무작위 배당을 실시해, 배당을 받은 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정해지는 구조다.

이에 대해 "전담재판부가 각급 법원에 여러 재판부로 난립할 수 있다"며 "집중심리, 신속한 사건 처리, 통일적 사건 처리 등 전담재판부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가적 중요 사건 이외 여타의 사건 처리에 오히려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게 이 의원 지적이다.

반면 민주당이 지난 16일 낸 안은 전국법관대표회의와 각급 법원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추천위원회를 구성, 이들이 전국의 법관들 가운데 재판부를 추천하는 방안으로 예규와 차이가 있다.

줄어든 '위헌 리스크'

당장은 '위헌 리스크'가 줄었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대법원도 전담재판부의 필요성 자체를 인정한 만큼, 그간 꾸준히 제기돼왔던 '위헌성'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번 예규 제정은 그동안 일각에서 주장해 온 '전담재판부 설치는 헌법과 법체계상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허무맹랑했음을 여실히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입법에 반발하던 국민의힘 측 논리가 힘을 잃게 됐다고 민주당은 기대한다.
 
실제로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무작위 재판 배당이 유지된다면 대법원 예규가 적절하다고 보나'는 질문에 "조금 더 검토를 해 봐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법원이 자체적으로 전담재판부를 꾸리겠다고 한 만큼 반대의 명분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최 수석대변인은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이 무작위 배당 원칙에 대해 잘 지켜지도록 하겠다고 한다"며 "그렇다면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입법을 즉각 철회하고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22일부터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22일에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23일에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을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예고했지만, 민주당이 하루 뒤 강제 종결로 표결을 실시하면 성탄절 전날인 24일까지 특별법 설치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