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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청주 '관아지 옛길' 흉물 방치…도심 속 역사·문화 퇴색 ② 거창했던 역사·문화 프로젝트 (계속) |
충북 청주시 '관아지 옛길 정비 사업'은 지난 2012년 도시활력증진사업 일환으로 추진됐다.
청주의 역사·문화를 재조명하는 동시에 도심 공동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500년 역사 청주읍성 골목길 8곳 주목
청주시는 읍성 옛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500년 전에 형성된 골목길 8곳을 발견했다.
1760년대 제작된 여지도서와 1910년대 청주읍성도 등을 참고해 찾아낸 청주 유적이다.
관아지 옛길 정비 사업은 국토교통부(당시 국토해양부)도 주목했다. 청주시는 국토부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에 응모해 국비 3억 5천만 원을 확보했다.
이후 청주시는 본격적인 정비 사업에 착수했다.
먼저 대상지 8곳에 대한 현황과 개발 여건 분석, 문화콘텐츠 조사 등 방대한 자료를 모았다.
또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코에 옛거리와 서울 종로 고샅길 등 국내·외 우수 사례와 시사점 등을 분석해 골목길 관광 활성화 방안도 모색한 뒤 1·2차 사업을 구분했다.
1차 사업 대상지 3곳 '정의·우정·사랑' 테마
CBS 노컷뉴스가 입수한 당시 사업계획서를 보면 관아지 옛길 사업의 핵심은 청주읍성 지역의 문화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거리 제공이다.
1차 사업의 테마는 △1구간 의숙(이봉상)의 길 '정의' △2구간 춘경(홍림)의 길 '사랑' △3구간 수백(남연년)의 길 '우정'이다.
시는 의숙의 길에서 수백의 길, 수백의 길에서 의숙의 길 중간지점을 지나 춘경의 길로 돌아가는 ∞형 길코스를 설계했다. 성안길 구석구석을 명소화하겠다는 의도였다.
1구간 '의숙의 길'은 과거 성안길 맥도날드 옆 골목길부터 쥬네스 앞까지다. 시는 이 길에 벽면을 이용한 놀이 공간(동전 던지기 등)과 목재를 이용한 공든탑 쌓기, 정의의 의미를 담은 똑바로 걷기 등의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2구간 '춘경의 길'은 2012년 당시 성안길 폴햄부터 본정삼겹살까지다. 테마가 '사랑'인 만큼 간이무대와 프로포즈 마당, 미니 타임캡슐 등을 도입할 예정이었다. 사랑의 자물통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은 물론 일대 상권의 사은품, 할인권 등 연계 방안도 계획했다.
3구간 '수백의 길'은 CGV 앞에서 로데오거리 입구까지다. 우정 사연을 담을 수 있는 벽면과 2인 3각 걷기길, 우정의 다리 포토존, 길바닥 낙서장 등을 조성하려 했다. 특히 인근 노후 건축물과 민벽면에 대한 건축주 동의를 얻어 벽화 등도 꾸밀 방침이었다.
계획만 거창…2차 사업 5곳도 시작 못하고 중단
1차 사업의 1~3구간은 2013년 완료했다. 계획은 거창했지만 실상은 민망한 수준이었다.
의숙의 길의 동전 투척 게임 등 시민 참여형 인프라는 단 하나도 설치되지 않았다. 춘경의 길 역시 간이무대와 사랑의 자물쇠 등 실제 구현된 시설은 없다. 그나마 수백의 길에 '소원의 벽'이 설치됐지만, 이마저도 10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2차 사업은 시작도 못했다. 길 이름과 테마는 화천당길(약속), 영규의 길(승화), 목은의 길(의리), 노삼길(우애), 중봉의 길(희망) 등으로 정했다.
이들 5개 구간 역시 청주의 다양한 역사적 의미를 담아 문화 콘텐츠로 만들 계획이었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청주성 탈환의 주역인 조헌과 영규, 박춘무, 노씨 3형제 등의 일대기를 해당 골목길 곳곳에 담을 예정이었다.
철당간 설화와 남석교, 육거리시장, 중앙공원 등의 이야기는 QR코드 웹페이지에 수록해 청주의 정체성을 활용한 마케팅 효과도 기대했었다.
시가 예상한 2차 사업의 총사업비는 1차(5억 원)의 3배에 달하는 15억 원이다.
당시 사업을 담당했던 시 관계자는 "사업비 대부분 도로와 하·상수관로 정비에 사용했다"며 "나머지 사업비로 조형물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비용이 부족해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