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전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현안들을 분석하는 이인의 특별한 제주이야기, 오늘(18일) 129번째 시간에는 제주4.3 당시 강경진압을 주도한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지정 논란을 정리한다구요?
◆이인> 박진경 대령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되면서 제주4.3 단체와 유족, 정치권의 반발이 거셌죠.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검토하라는 지시까지 했는데, 오늘(18일)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박혜진> 박진경 대령이 왜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건가요?
◆이인> 박진경 대령 유족들이 무공수훈을 근거로 국가유공자 지정을 신청했는데요. 서울보훈지청은 무공수훈이 있으면 국가유공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지난 10월 승인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달 4일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권오을 보훈부 장관 직인이 찍힌 국가유공자증이 유족에 전달됐습니다.
◇박혜진> 4.3 당시 강경진압을 주도한 인물이 그것도 이재명 정부에서 국가유공자로 지정된데 대해 4.3 단체와 유족들의 충격이 컸죠?
◆이인>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무공수훈자라는 이유만으로 국가유공자로 인정한 것은 수많은 희생자의 억울한 죽음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가해 책임이 있는 인물을 국가유공자로 추앙하는 것은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다시 한번 짓밟는 행위"라고 규탄했습니다.
◇박혜진> 정치권도 강하게 반발했어요?
◆이인>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제주도당은 "박진경이 4.3 당시 '제주도민 30만 명을 희생해도 무방하다'는 발언을 남겼고 이후 무차별 총살·방화·고문 등으로 인구의 10분의 1이 사망·실종되는 비극이 발생했다"며 "진정한 해원은 올바른 진상규명과 4.3왜곡을 막는 건데 이재명 정부가 해원의 길에 재를 뿌린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집권당 국회의원인 민주당 문대림 의원(서귀포시)도 "4.3 희생자와 유족들 그리고 제주도민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처사라"며 박진경 국가유공자 지정을 비판했습니다.
◇박혜진> 반발이 거세지자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11일 제주를 찾아 사과했죠?
◆이인> 권 장관은 제주시 봉개동 제주4·3 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하고 유족과도 만나 "(박진경 대령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데 대해) 국가보훈부 장관으로서 희생자 유족들과 제주도민들께 정말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습니다.
◇박혜진> 권오을 장관이 오영훈 제주지사와도 만났어요?
◆이인> 권 장관은 지난 11일 제주도청에서 오영훈 제주지사와도 면담을 갖고 "국가보훈부 장관으로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국가 폭력의 피해자인 4·3희생자의 오랜 한을 국가가 풀어줘야 하는데 보훈부가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습니다.
◇박혜진> 오 지사가 제도보완을 통한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를 요구했죠?
◆이인> 오영훈 지사는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 내용만 확인했어도 박진경의 국가유공자 등록은 보류됐을 것"이라며 "신속한 제도적 보완을 통해 국가유공자 등록이 취소돼야 한다"고 요청했습니다.
◇박혜진> 권오을 장관이 제주를 찾아 사과까지 했지만 반발은 계속됐어요?
◆이인> 제주도의회 송창권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도의회 기자실에서 '민주당 제주도의원 일동'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을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민주당 제주도의원들은 "국가보훈부 장관의 사과 표명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며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박진경 유공자 지정 취소와 함께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에 나서라"고 요구했습니다.
◇박혜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도 규탄 기자회견이 있었어요?
◆이인> 제주4·3 범국민위원회와 재경 제주4·3희생자 및 피해자 유족회,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제주사회문제협의회 등은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살자를 어떻게 이재명 정부에서 국가유공자로 예우할 수 있느냐"고 개탄헀습니다. 이들 단체는 "박진경의 국가유공자 취소는 역사 정립을 위한 또다른 시작"이라며 "12.3 내란의 올바른 종식을 위해 학살자를 국가유공자로 만드는 지금의 국가유공자법은 전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혜진>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이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어요?
◆이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가보훈부에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박혜진> 국방부도 무공훈장 취소를 검토하기로 했어요?
◆이인> 국방부도 "관련 법령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박진경 대령에게 수여된 무공훈장 취소 가능성을 살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무공훈장은 박 대령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핵심 근거였습니다.
◇박혜진> 정치권이 즉각 환영했어요?
◆이인> 오영훈 제주지사는 SNS를 통해 "제주도민의 정당한 분노를 수용하고 신속하게 취소 지시를 내린 이재명 대통령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제주도는 언제나 제주4·3을 왜곡하려는 시도에 굳건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보당 제주도당도 기자회견을 열고 "박진경 대령에 대한 서훈 취소를 결단한 것을 환영한다"며 "조속한 4·3특별법 개정을 통해 역사 왜곡 행위를 엄벌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박혜진> 박 대령 유공자 지정 취소를 가능케하는 법률안도 발의됐어요?
◆이인> 문대림 국회의원은 잘못된 서훈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4.3특별법 개정안과 상훈법 개정안, 국가유공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4.3 진압 공로로 수여된 서훈을 취소할 수 있고 취소 사유도 국가 정체성에 반하는 행위로 확대했으며 인권침해 책임자를 국가유공자 예우 대상에서 배제하도록 한 내용입니다.
◇박혜진> 그런데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까지는 난관이 있어요?
◆이인> 국가유공자 등록을 취소하려면 그 근거가 되는 무공훈장이 허위나 날조 등 사유로 먼저 취소돼야 하는데 현재 전투 공적 기록 자체가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방부는 박 대령 무공훈장과 관련해 "1950년에 서훈된 사안으로 현재 자료 확인이 어렵다"며 유관기관과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혜진> 제주도는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에 진실을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했어요?
◆이인> 제주도와 4·3평화재단, 4·3유족회는 지난 15일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에 '바로 세운 진실' 안내판을 세웠습니다. 안내판은 "박진경이 1948년 5월 6일 제주도에 와서 40일 남짓 강경한 진압 작전을 벌였는데 그 무렵 미군 비밀보고서에 '12세~13세 소년, 60이 넘은 늙은이, 부녀자를 포함해 3천여 명이 체포됐다'고 기록될 정도로 박진경은 무리한 작전을 전개했다"고 적었습니다.
◇박혜진> 제주도민 30만 명이 희생돼도 무방하다는 박진경의 발언도 기록했어요.
◆이인> 안내판은 "강경 작전을 펴던 박진경이 1948년 6월 18일 부하인 문상길 중위와 손선호 하사에게 암살됐는데, 손선호는 '30만 도민에 대한 무자비한 작전 명령이 암살 동기'라고 진술했고, 박진경의 작전참모 임부택 대위는 '박진경 연대장이 조선 민족 전체를 위해서는 30만 제주도민을 희생시켜도 좋다'고 명령한 사실을 법정에서 증언했다"고 기록했습니다'
◇박혜진> 4.3 진상조사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안내판을 작성한 거죠?
◆이인> 제주도는 "관련 사실들이 2003년 정부의 공식 보고서를 통해 이미 확인됐다"며 "제주4·3이 끝나지 않아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던 1952년에 군경원호회 명의로 세워진 '박진경 대령 추도비'의 내용은 일부 사실과 맞지 않고 여전히 박진경을 미화하며 4·3을 왜곡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안내판을 세운다"고 설명했습니다.
◇박혜진> 안내판 설치를 놓고는 제주도의회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했어요?
◆이인> 지난 16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제445회 임시회에서 민주당 도의원들은 4.3 왜곡에 대한 제주도정의 적극적인 대응이라고 환영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안내판 설치가 다양한 역사 해석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혜진> 국민의힘 의원들의 주장부터 살펴보죠?
◆이인> 국민의힘 이남근 의원(비례대표)은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데, 제주도가 안내판을 설치하면서 다양한 의견 표명을 막았다"며 "행정이 안내판으로 규정하는 순간 또 다른 갈라치기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같은당 강상수 의원(서귀포시 정방동·중앙동·천지동·서홍동)도 "역사는 시간이 흐르며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며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바꾼다면 그 자체로 또 다른 역사 왜곡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혜진> 민주당 의원들은 어떻게 반박했나요?
◆이인> 민주당 하성용 의원(서귀포시 안덕면)은 "공식적으로 정부가 인정한 보고서에 근거해 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안내판 설치는 왜곡된 내용을 바로 잡은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민주당 송창권 의원(제주시 외도동·이호동·도두동)도 "박진경 추도비에는 제주도민을 공비로 오인하게끔 하는 문구가 있다"며 이를 바로 잡는 안내판 설치는 당연한다는 취지로 설명했고, 같은당 김경미 의원(제주시 삼양동·봉개동)도 "왜곡된 내용을 바로잡는 안내판이 지금이라도 늦지 않게 세워져 다행이다"고 밝혔습니다.
◇박혜진> 제주도 역시 박진경 대령 추도비가 왜곡된 내용이 있어서 바로 잡은 것이라고 답변했어요?
◆이인> 김인영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추도비에 왜곡된 내용들이 있어 정부가 발간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적시된 내용을 안내판에 기술한 것"이라며 "특정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적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