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방송사 사장단이 방송발전기금 내 지역·중소방송 지원 예산을 원상 복구하고, 중소방송의 생존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일부 방송의 편향성 문제에 우려를 나타낸 가운데, 언론의 건전성 담보 대책을 논의하자며 대통령과의 면담도 요청했다.
CBS, CPBC(가톨릭평화방송), BBS(불교방송), WBS(원음방송) 등 종교방송사 사장단은 17일 오후 서울 명동 인근에서 회동을 갖고, '지역·중소방송 지원 예산 복원과 중소방송 생존 기반 마련'을 요구하는 긴급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성명의 직접적인 계기는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6년도 방송통신발전기금 운용계획이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기금 조성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온 아리랑국제방송과 국악방송 관련 예산 약 157억 원을 삭감하고, 해당 재원을 지역·중소방송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투입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최종 확정된 예산안에서는 지역·중소방송 지원 예산이 정부안 대비 5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사실상 150억 원이 넘는 재원이 당초 목적과 달리 증발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기금 수지 여건이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을 감안했다"고 설명했지만, 방송 현장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장단은 성명에서 "(기금 수지가 악화된 근본 원인은) 방송사들이 십시일반으로 조성한 기금이 본래의 목적에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작 수혈이 시급한 중소방송사들은 고사 위기에 놓였는데, 이런 곳에 쓰라고 만든 기금을 활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변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대통령께서 일부 방송의 편향성에 우려를 표명한 것처럼 언론 지형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며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운영되는 종교방송사들은 상업적 이익보다 사회적 책무를 우선하며 사회 통합 기능과 방송 다양성을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중소방송을 둘러싼 여건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글로벌 OTT가 광고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가운데 지상파 광고 매출은 급감하고 있으며, 중소방송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안전장치로 평가받아온 '지상파 광고 결합판매제도'마저 위헌 논란에 휩싸이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장단은 "결합판매제를 단순히 '끼워팔기'로 폄훼하고 사라지게 놔둔다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는 사라지고 건강한 여론 생태계는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종교방송사 사장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역·중소방송 콘텐츠 경쟁력 강화 예산을 즉각 원상 복구할 것과 함께, 결합판매제 헌법소원 심리와 미디어 공공기관 통합 논의 과정에서 중소방송의 기반을 보호할 실효적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관련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과의 긴급 면담도 요청했다.
나이영 CBS 사장은 이날 성명에서 "방송의 다양성은 한 번 무너지면 다시 복원하기 어렵다"며, 조속한 지원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종교방송사들은 사회 통합과 건전한 언론환경 조성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끝까지 감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