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민중기 특별검사)이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린 권 의원에게 중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권 의원은 여전히 "돈에 환장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권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서 권 의원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권 의원은 2022년 1월 대선을 앞두고 윤영호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의 정책, 행사 등을 나중에 지원해 주면 통일교 신도들의 투표 및 통일교 조직을 이용해 대선을 도와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으며 1억 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권 의원은 2022년 2~3월 통일교 한학자 총재로부터 금품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고, 한 총재의 해외 원정 도박 수사 관련 정보를 통일교 측에 흘렸다는 혐의 또한 받고 있다.
특검 측은 구형에 앞서 "피고인은 중진 국회의원으로서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 국민의 권익 보호를 위해 힘써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는 사람"이라며 "그러나 특정 종교단체와 결탁해 1억 원이라는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자금 수수에 그치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통로를 제공하고 이해관계가 반영될 수 있게 했다"며 "국회의원의 지위를 사적, 종교적 이해관계에 종속시켰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종교단체가 대선, 당대표 선거에 개입하는 등 민주주의의 근간인 자유로운 정치질서가 무너졌다"며 "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권 의원 측 변호인은 권 의원에게 1억 원을 줬다는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특검이 제시한 윤 전 본부장의 다이어리와 PC 카카오톡 대화 내역 등 증거들은 남부지검에서 특검으로 이관될 때 별도의 영장 없이 취득한 위법 수집 증거라고 반박했다.
다소 야윈 듯한 모습으로 법정에 나타난 권 의원 또한 "공직생활 36년 동안 크든 작든 돈 문제에 연루돼 한 번도 구설수에 오른 적 없다"며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사실이 결코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아울러 "만약 윤 전 본부장에게 1억 원을 받았다면 제가 속된 말로 코가 꿰인 것"이라며 "(제가) 돈에 환장했다면 가능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결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권 의원에 대한 1심 선고는 내년 1월 28일 오후 3시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