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사태에 본의 아니게던 의도를 가졌던 참여한 사람들이 많은 피해를 입게 됐다. 특히 국회 상황은 명백한 위헌 행위인데 저도 그날 담 넘어 들어갔는데…". 경찰청 업무보고 분위기가 이재명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일순간 가라앉았다. "중간 지휘관들이 판단을 잘 했어야 하는 사안"이라는 질책이 이어졌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그 부분은 철저히 반성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성과는 칭찬, 지적이나 주문도…내란 거론 땐 질책
이 대통령은 17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행정안전부(경찰청·소방청) 및 인사혁신처 업무보고에서 최근 6개월간 치안 및 재난 대응 상황에 대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준 결과 큰 사건 사고 없이 잘 넘어왔다"라면서 말문을 열었다.성과에 대해선 확실히 칭찬했다. 캄보디아 등 최근 불거진 초국가범죄 대응에 대해선 경찰을 콕 집어 공을 돌렸다. 이 대통령은 "특히 경찰이 이번에 초국적 범죄에 대한 대응을 잘해줬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범정부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출범 후 피싱사기 범죄 피해가 급격히 줄어든 것을 거론하면서 "종전에 비해 국민 피해도 줄고 검거율도 늘고 매우 잘했다"고 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업무보고가 진행되자 여러 정책 주문과 평가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집회나 시위 진압을 위한 기동대를 줄이고 수사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 권한이 커진 만큼 책임도 져야 한다. 자치 경찰도 확대하려다 적정선에서 멈춘 듯 한데 어느 시점이 되면 아마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12·3 내란사태 얘기에는 공기가 무거워졌다. 이 대통령은 "경찰들이 문을 막고 있어서 저도 그날 담을 넘어 들어갔다"라면서 "명백한 위헌 행위"라고 꼬집었다. 멈추지 않고 "(경찰이) 해서는 안 될 일은 적어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유 직무대행은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수사 경찰 1200명 증원 등 역량 강화 방안
경찰은 이날 집회 및 시위 관리에 투입되는 기동대와 범죄 예방 활동을 하는 기동순찰대 인력을 각 1천명 이상 줄이고, 수사 경찰을 1200명가량 추가로 확보하는 조직 개편 방안을 보고했다.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통해 수사 역량 강화에 나서고 민생범죄 해결을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취지다. 변호사나 회계사 등 전문 인력에 대한 경력 채용도 단계별로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사회적 이목이 쏠린 주요 사건은 초기 단계부터 국가수사본부가 법리 검토 등을 맡아 주도권을 쥐게 된다. 지방 시도청은 대형 신종 범죄를 집중 수사하고 일선 경찰서는 민생 사건에 수사력을 모아 처리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경찰은 △총경회의 명예회복 △비상계엄 대국민 사과 등을 거론하면서 지난 과오에 대해 진심 어린 반성과 성찰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등 진상 규명에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모든 경찰관을 대상으로 헌법과 인권 교육을 진행하고 현장 인권실태를 민관 합동으로 점검하는 방안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