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환율 위기…안심할 수준 아냐"(종합)

"전통적 금융위기 아니지만 걱정 심해"
"장기 요인 고치는데 시간 걸려…단기 수급요인 조정 필요"
국민연금 역할론 언급…"해외투자 룰 덜 투명하게 할 필요"
"물가·양극화 우려…대미 투자 시장 영향 없는 범위에서"
한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를 넘어섰다.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돌파한 건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정책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4월 이후 처음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원/달러 환율 수준과 관련해 "위기라 할 수 있고, 걱정이 심하다"며 우려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한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전통적인 금융위기는 아니다"라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환율이 1480원 선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지속하자 중앙은행 총재로서 위기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현재 순대외채권국이기 때문에 원화가 절하되면 이익 보는 분들도 많다"며 "금융기관이 넘어지고 국가 부도 위험이 있는 금융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우리 내부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 보는 사람이 극명히 나뉜다"면서 "(고환율로 인해) 사회적 화합이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장 양극화 등을 생각할 때 환율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고환율의 주 요인으로 외환 수급을 거듭 지목했다.
 
그는 "환율 수준이 1400원대 초반부터 시작해 미국 달러화가 안정되는데도 한동안 계속 오른 데는 내부적 요인이 컸다"면서 "환율이 불필요하게 올라간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변동성뿐 아니라 레벨(수준)에서도 조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7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재는 "과거와 달리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거시적 영향을 고려해 정책을 조율해주기로 해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새로운 정책이 작동하면 수급 면에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확대를 환율 상승 요인으로 지목한 것에 대해서는 "특정 그룹을 탓하는 것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 간 경제성장률 차이가 크고, 금리 격차가 크고, 주식시장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고, 그런 요인들을 부인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그걸 고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책 담당자로서는 단기적 수급 요인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구체적으로 '국민연금 역할론'도 언급했다.
 
그는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이 추진 중인 '뉴 프레임워크'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때 거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서 자산 운용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환 헤지 개시 및 중단 시점을 덜 투명하게 해야 한다"며 "패를 다 까놓고 게임을 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총재는 이밖에 연간 200억달러의 대미 투자 계획이 고환율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은이 외환시장에 위협을 주는 정도로 대미 투자액을 줄 생각은 없다"며 "한은은 외환보유고의 이자·배당 수익으로 자금을 공급해야 하는데,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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