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새벽배송하다 사고로 숨진 쿠팡기사 고(故) 오승용 씨 사건을 계기로 제주도가 전국 최초로 심야노동 실태조사에 나선다. 이를 토대로 노동환경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지난 16일 도청 백록홀에서 쿠팡로지스틱스(CLS)와 로젠택배, CJ대한통운 등 6개 택배회사 지점장 간담회를 열어 근무여건과 안전관리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택배회사 지점장 간담회에는 오영훈 지사를 비롯해 전국택배노조 제주지부,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 제주본부,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지도개선센터 관계자도 함께했다.
지자체장이 택배회사 책임자들과 노조가 함께 머리를 맞댄 것은 전국에서는 처음이다.
오 지사는 이날 "택배업계 여러분이 각자 역할을 해준 덕분에 도민들이 큰 불편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지만, 안타까운 사고가 날 때마다 도민 걱정이 느는 것도 현실"이라고 했다.
"상황에 대한 인식과 진단이 제대로 이뤄져야 적절한 처방이 나올 수 있는 만큼 현재 실태조사가 충분히 되지 않은 심야노동 문제를 체계적으로 접근해 나가겠다"고 오 지사는 밝혔다.
오영훈 지사가 언급한 심야노동 실태조사는 이달 준비작업을 거쳐 내년 1월부터 6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제주노동권익센터를 중심으로 근무시간, 산재보험 가입 여부 등을 살펴본다.
특히 택배노동자 등을 상대로 설문조사와 심층면담도 진행해 노동환경을 파악한다. 이후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열악한 심야노동 환경을 개선할 대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밖에 이동노동자 쉼터인 '혼디쉼팡'도 지속적으로 확충한다. 올해 중문과 한림, 함덕, 외도 간이쉼터 4곳을 추가로 조성했고, 내년에도 주요 배송거점을 중심으로 쉼터를 확대 설치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택배노동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동노동자의 안전 강화를 위해 매년 산재보험료를 지원하고 있고 노동환경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택배회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환경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로 쿠팡 배송기사의 안타까운 죽음이 알려졌다. 오씨는 지난달 10일 오전 2시 6분쯤 제주시 오라2동에서 1톤 탑차를 몰다 통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로 사망했다.
오씨는 사고 직전까지 하루 11시간 30분, 주 6일 야간노동을 계속해서 해왔다. 부친상을 치른 뒤에도 하루 쉬고 다시 새벽배송 업무에 투입됐다가 어린 두 자녀를 두고 하늘나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