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강경 진압을 주도한 박진경 대령의 추도비 옆에 '바로 세운 진실'이라는 안내판이 설치된 데 대해 제주도의회에서 격한 논쟁이 벌어졌다.
민주당 도의원들은 4·3 왜곡에 대한 제주도정의 적극적인 대응이라고 환영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안내판 설치가 다양한 역사 해석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16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제445회 임시회에선 전날 제주도청과 4·3평화재단, 4·3유족회가 박진경 대령 추도비 바로 옆에 '바로 세운 진실'이라는 4·3 왜곡 대응 안내판을 설치한 것을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안내판에는 '박진경이 1948년 5월 6일 제주도에 와서 40일 남짓 강경한 진압 작전을 벌였고 12세~13세 소년, 60이 넘은 늙은이, 부녀자를 포함해 3천여 명을 체포했으며 조선 민족 전체를 위해서는 30만 제주도민을 희생시켜도 좋다는 말까지 했다'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이남근 의원(비례대표)은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데, 제주도가 안내판을 설치하면서 다양한 의견 표명을 막았다"며 "행정이 안내판으로 규정하는 순간 또 다른 갈라치기가 된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강상수 의원(서귀포시 정방동·중앙동·천지동·서홍동)도 "역사는 시간이 흐르며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며 "사안일 발생할 때마다 바꾼다면 그 자체로 또 다른 역사 왜곡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하성용 의원(서귀포시 안덕면)은 "공식적으로 정부가 인정한 보고서에 근거해 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안내판 설치는 왜곡된 내용을 바로 잡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송창권 의원(제주시 외도동·이호동·도두동)도 "박진경 추도비에는 제주도민을 공비로 오인하게끔 하는 문구가 있다"며 이를 바로 잡는 안내판 설치는 당연한다는 취지로 설명했고, 김경미 의원(민주당, 제주시 삼양동·봉개동)도 "왜곡된 내용을 바로잡는 안내판이 지금이라도 늦지 않게 세워져 다행이다"고 밝혔다.
답변에 나선 김인영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추도비에 왜곡된 내용들이 있어 정부가 발간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적시된 내용을 안내판에 기술한 것"이라며 "특정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적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가보훈부는 무공수훈을 근거로 박진경 대령 유족이 낸 국가유공자 신청을 승인해 4·3유족과 제주도민, 정치권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국가보훈부에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국방부도 유공자 지정의 근거가 된 무공훈장 서훈 취소를 검토하기로 했다.
또 제주도청과 4·3평화재단, 4·3 유족회는 15일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에 '바로 세운 진실'이라는 안내판을 설치하고 "4·3 당시 도민 강경 진압을 주도한 박진경 대령이 지난 11월 국가유공자로 지정되면서 박 대령의 행적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관계를 후대와 도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안내판을 설치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