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라인에 쫙 깔려 있었어요. 마치 택배 배달처럼요."
서울시 마약대응팀 유희정 팀장이 경찰관들을 따라 나선 아파트 마약 수거 현장은 충격적이었다.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없는 아파트 단지 한 곳에서 불과 1시간 만에 20여 개의 마약이 수거됐다. 초인종, 소화전, 수도 계량기함, 비상구등이 주된 은닉 장소였다. 유 팀장은 "아이들이 오가며 마약 던지기를 충분히 볼 수 있겠다 싶어서 더욱 걱정됐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최근 '마약 던지기' 문제에 캠페인까지 나서게 된 배경이다.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되면서 마약 유통은 더 이상 은밀한 골목이나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내 집 앞 작은 '틈새'까지 파고들고 있다. 서울시가 수사기관의 마약수거 현장을 참관했더니 마약이 실제로 수거된 650여 곳 가운데 90%가 아파트였다.
유 팀장은 "아파트는 마약을 던지는 사람들이 좌표 찍기가 너무 쉽다"고 했다. "몇 동 몇 호 앞 소화전 이런 식으로 특정하기도 좋고, 숨길 때도 한 라인에 여러 개를 연속으로 심어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약 판매상 입장에서도 10개를 심어놓으면 10개를 다 팔 수 있는, 로스(손실)가 적은 장소가 바로 아파트인 셈이다.
아파트에 외부인 출입 통제가 허술한 구조도 취약점으로 꼽혔다.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없거나, 있어도 배달을 이유로 외부에 쉽게 공유되는 현실 때문이다. 유 팀장은 "우리가 배달 시키면서 현관 비밀번호를 자연스럽게 알려주지 않느냐. 그 틈을 범죄가 파고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대학가 등 청년 주거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마약 던지기 예방 캠페인을 벌여왔다. 그러나 주민들이 반발했다. '마약 구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캠페인의 방향을 바꾼 이유다. 서울시는 시민 스스로 자기 집 앞을 살펴보는 참여형 캠페인으로 전환했다.
서울시가 강조하는 핵심은 '노출'이다. 사람들이 수시로 집 주변을 들여다보고, 발견 즉시 신고한다는 인식이 퍼지면 판매자 입장에선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유 팀장은 "그렇게 되면 최소한 주거지 한복판에는 숨기지 않게 된다. 완전 차단은 어렵더라도 접근성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우리 집 앞 틈새, 마약 거래 장소가 되어선 안 됩니다'를 메시지로 내건 예방 캠페인과 함께 온라인 챌린지를 병행하고 있다. 초인종, 소화전, 계량기 주변을 직접 점검하고 이상 물품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하도록 유도중이다.
유 팀장은 "아이들이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에 마약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용납돼선 안 된다. 마약 문제를 내 집 앞 현실로 인식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