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철: 안녕하세요, 이슈 앤 톡 권오철입니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전시장 선거판이 벌써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민선 7기 대전시장을 지낸 허태정 전 시장이 최근 사실상 재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왜 다시 시장을 택하는가, 과거의 허태정과 지금의 허태정은 무엇이 달라졌는가, 그리고 대전의 다음 4년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오늘 허태정 전 시장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허태정: 네, 안녕하세요. 허태정입니다.
◇권오철: 요즘 송년회도 많고 여러모로 바쁘실 텐데, 어떻게 지내십니까?
◆허태정: 말씀하신 대로 12월은 정치인에게 가장 바쁜 시기입니다. 각종 행사와 송년 모임으로 시민들 많이 만나고 있고요. 특히 요즘은 책 탈고 작업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권오철: 출판기념회가 이번 주 토요일이죠. 꼭 출마 선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많은 분들이 그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다시 시장 도전 결심을 하신 건가요?
◆허태정: 책 제목이 '결심' 입니다. 제 마음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출판기념회가 곧 출마 선언은 아니지만, 제가 무슨 일을 해왔고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사실상 그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권오철: DCC 큰 홀을 빌리셨던데요. 준비는 잘 되고 있습니까?
◆허태정: 권 교수님이 오시면 다 찹니다. (웃음) DCC 신관은 제가 시장일 때 준공한 건물입니다.
전체 규모는 1만 명 가까이 들어가는 중부권 최대 전시장이고, 그중 일부를 출판기념회 공간으로 씁니다.
◇권오철: 2022년 지방선거 패배 후 3년이 지났습니다. 되돌아보는 시간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허태정: 개인적으로 좀 어려운 시간도 있었고 특히 제 주변들이 어려움을 겪는 모습들을 보면 가슴 아픈 그런 시간이기도 했지만 지나온 시정의 여러 사업들을 되돌아보고, 제 정치 행위도 다시 점검하면서 훈련과 연단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성과와 문제점을 다시 짚어보며 앞으로 어떤 자세로 시정을 이끌어야 하는지 다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권오철: 민선 7기 시정에서 '이건 잘했다' 싶은 대표 성과를 꼽는다면요?
◆허태정: 두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온통대전 지역화폐 코로나 시기 서민·골목경제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지금도 시민들이 그립다고 할 정도로 체감도가 높았습니다. 대전의 미래 먹거리 기반 조성 바이오, AI 산업에 대한 비전 제시. 2020년 대통령 앞에서 'AI 기반 첨단 도시' 비전을 선포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기반에서 알테오젠 같은 바이오 기업이 크게 성장했습니다. 저는 매우 큰 성과로 보고 있습니다.
◇권오철: 부족했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을까요?
◆허태정: 행정은 시민과의 소통, 그리고 숙의 과정을 통한 집단 지성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타이밍, 즉 추진력의 조절이었습니다. 숙의 과정과 결단 사이 균형이 완벽하지 않았던 지점들이 있었고, 그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권오철: 어떤 사업에서 특히 그런 점을 느끼셨나요?
◆허태정: 추진력 부족이라기보다 일하는 방식의 문제였습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업이 있는가 하면,
시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도 있습니다. 그 두 가지를 더 노련하게 결합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권오철: 말씀하시기 조심스러울 수 있지만, 현 이장우 시장의 시정에서 잘한 점을 하나 꼽는다면요?
◆허태정: 타인 얘기하는 게 참 쉽지는 않지만 공인이니까 잘하는 게 있어요. 확실히 그 어떤 거죠? 자기 홍보를 확실히 잘합니다.
◇권오철: PR을 잘한다… 그런데 말씀 뉘앙스를 보면, 대표적인 장점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이는데요? 진짜 장점으로 평가하시는 겁니까?
◆허태정: 그게 무엇이든 홍보에 매우 적극적인 점은 인정해야 합니다.
◇권오철: 그렇다면 시장님 보시기에 제대로 못한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허태정: 시민들이 더 잘 느끼실 겁니다만, 아까 말씀드렸듯이 시장은 시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소통이 매우 중요합니다.
◇권오철: 소통?
◆허태정: 네. 시민들과 늘 함께하고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하는데 불통 이미지가 너무 강합니다. 그리고 현재 대전 시정의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는 재정 건전성 문제입니다. 살림살이가 가장 중요한데, 지방채 발행률과 부채율은 이미 매우 높은 수준이고, 제가 있을 때 1조1천억 정도였던 부채가 지금은 1조8~9천억까지 올라 거의 두 배가 됐습니다. 재정이 어려우니 사업 지원도 분할로 돌리는 등 불안 요소가 많고요. 무엇보다 더 걱정되는 건 미래 비전입니다. 대전을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게 할 것인가 이 부분이 매우 취약합니다.
미래 먹거리와 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 전략을 내세우고 있고, 관련 예산도 내년에 10조 원입니다. AI 인재 1만1천 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죠. 그런데 대전이 여기에 어떤 직접 사업을 따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 준비가 안 돼 있다는 뜻입니다. 정책은 잘할 수도, 못할 수도 있지만 경쟁력이 뒤처지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이게 가장 큰 우려입니다.
◇권오철: 시장님도 관련 공약과 정책 개발을 준비하고 계신 거죠?
◆허태정: 저는 오래전부터 대전의 미래를 위해 장기적인 AI·바이오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습니다. 그 준비는 지금도 계속하고 있고,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발굴·육성할 계획입니다.
◇권오철: 그렇다면 현재 대전이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현안,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허태정: 첫째는 재정 운영 계획을 다시 세우는 것입니다. 예측 가능한 구조로 가야 합니다. 시장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생색내는 방식의 방만 경영을 하면, 기업이 부도나는 것처럼 시정에도 위기가 옵니다. 이미 그런 징후가 보입니다. 그래서 재정 운용을 재정립하고, 전시성 행사는 과감히 축소, 내실 있는 행정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권오철: 이재명 대통령이 충남 방문 때 행정통합이 다시 부상했습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문제, 어떻게 보십니까?
◆허태정: 제가 시장일 때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것이 충청권 메가시티입니다. 그 일환으로 대전–세종 통합을 먼저 제안했죠. 두 도시는 지리·교통·산업 인프라를 공유하기 좋아서 통합의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충청권 메가시티를 만드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봤습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5국 3특' 체제에서도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행정통합은 정치적 판단으로 치우칠 위험이 있습니다. 통합으로 얻을 실질적 시너지를 먼저 정리하고, 대전·세종 주민들의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즉,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입니다.
◇권오철: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문제 중 하나가 0시축제인데요. 시장님도 많은 의견을 들으셨죠?
◆허태정: 축제는 시정 전체에서 보면 일부이지만, 시민 불편이 매우 크기 때문에 목소리가 큽니다. 첫째, 과도한 예산 투입. 최근 3년간 160억 원 가까이 썼다는 기사도 있죠. 둘째, 8월 한복판에 중앙로를 열흘간 막아버리는 구조, 시민들이 공감하지 못합니다. 축제는 시장의 전시성 행사여서는 안 됩니다. 시민이 편하고 시민이 좋아하는 축제로 가야 합니다.
◇권오철: 만약에 시장에 복귀하다면 0시축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폐지? 개편?
◆허태정: 저는 지금 방식의 0시축제는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전국적으로도 유명했던 빵축제, 그건 도대체 어디로 갔습니까? 제가 시민 의견 듣고 만든 축제인데, 전국적인 성공을 거뒀습니다. 대전시가 직접 주관하지 않아도 좋은 축제는 성장합니다. 이런 점을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권오철: 그렇다면, 시장님과 이장우 시장의 스타일 차이. 스스로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 허태정:저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매우 소중히 여기는 사람입니다. 또 도시의 경쟁력, 시민 삶의 질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민주적 가치에 충실하면서도 당장의 성과보다 미래 먹거리, 대전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시민 삶의 질을 어떻게 보장하고 더 향상시킬 것인지가 저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숙의 과정도 중시하지만, 이제는 더 과감하고 결단력 있게 추진하는 리더십도 함께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 권오철: 전직 시장이라는 경험이 다음 선거에서 분명 강점일 텐데요. 반대로 평가에 대한 부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 허태정: 지금 대전은 위기라고 봅니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재정의 위기, 비전의 위기, 리더십의 위기가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고 변화·혁신을 이끌려면 경험과 준비가 된 사람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는 구청장과 시장의 경험을 갖고 있고, 무엇이 중요하고 시급한지 잘 알고 있으며 해결 방법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준비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 허태정: 이 제목을 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책을 어떻게 쓸지, 어떤 내용을 담을지, 저의 마음가짐과 비전을 어떻게 표현할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대한민국 대전을 어떻게 변화·발전시킬 것인지, 대전 시민의 자부심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청년들이 다시 모이는 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담았습니다. 이런 의지와 비전을 담아 '결심'이라는 제목을 붙였고, 절치부심의 의미도 자연스럽게 포함돼 있습니다.
◇ 권오철: 지난 선거 때는 출판기념회를 안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번엔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지금 민주당에서는 시장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인물이 허 전 시장님 외에도 장철민 의원이 있습니다. 장 의원의 장점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 허태정: 우리 민주당의 훌륭한 인재이자 대전의 자산입니다. 열심히 하고 계시고, 그런 젊은 정치인들이 국가와 지역을 위해 일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건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권오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네요. 역시 인성이 느껴집니다.
◆ 허태정: 당으로 따지면 같은 식구 아닙니까? (웃음)
◇ 권오철: 경선을 치르게 되면 감정이 생기기도 하고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 허태정: 경쟁 과정에서는 소소한 감정이 생길 수 있지만, 결국 우리는 승리하기 위해 경쟁하는 겁니다.
내란 세력을 척결하고, 지역에 새로운 정부를 세워 더 나은 사회로 가려면 이런 경쟁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승복하고 협력하는 것이죠. 우리 당은 그런 훈련이 잘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큰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 권오철: 네, 충분히 이해됐습니다. 조금 다른 질문인데요. 올해 교육감 선거도 함께 치러지는데, 후보가 워낙 많아 과도한 정치화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 허태정: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지방자치의 핵심 골간 중 하나가 교육입니다. 그래서 시장 때 교육국을 만들었고, 구청장 때도 교육과를 만들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왜 지방자치에서 교육에 이렇게 관여하느냐'라고 했지만, 저는 분명히 말했습니다. 어린 학생들도 학교 밖에서는 모두 시민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교육에 관심 갖고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모든 시민이 교육의 주체이지만, 학교 안에서는 교육청이 중심이 되겠죠. 그러나 학교 밖에서는 학생들도 시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에 관해서 시가 해야 할 역할이 많다고 봅니다. 그래서 시장과 교육정책은 매우 밀접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저는 러닝메이트제를 더 선호합니다.
◇ 권오철: 러닝메이트제요?
◆ 허태정: 네. 정책 방향이 일치해야 예산도 과감하게 지원할 수 있고, 추진력도 생깁니다. 물론 운영은 독립적으로 하되, 정책 방향의 흐름은 함께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게 꼭 민주당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권오철: 알겠습니다.
◆ 허태정: 너무 의외였나요? (웃음)
◇ 권오철: 아니요, 오히려 분명한 의견을 주셔서 더 명확해졌습니다.
◆ 허태정: 다만 여러 후보들이 계시기 때문에 제가 특정 후보와 손잡고 가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대전의 미래와 교육정책을 두고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 권오철: 네, 알겠습니다. 이제 시간이 거의 다 됐는데요. 앞으로의 대전 미래 구상,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허태정: 저는 크게 두 가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첫째, 대전의 도시 경쟁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핵심 사업을 어디에 둘 것인가입니다. 둘째, 시민 삶의 질을 지금보다 어떻게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릴 것인가입니다.
대전은 AI 클러스터를 조성하기에 가장 좋은 기반을 갖고 있고, 인재 양성 인프라도 매우 우수합니다. 그래서 AI 산업을 중심으로 미래 경쟁력을 키울 것입니다. 또한 대전이 강점을 가진 바이오 분야는 R&D 수준을 넘어서 산업화까지 가도록 하고, 오송 생산시설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습니다. 그리고 요즘 떠오르는 방산 분야도 있습니다. 대전에는 국방과학연구소와 관련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첨단 산업으로 연결해 도시의 미래 산업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겠습니다. 민주주의 가치를 중시하는 만큼, 시민들이 대전 시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문화 인프라 확충에도 힘을 쏟겠습니다.
◇ 권오철: 말씀 듣다 보니 시간이 다 됐습니다. 끝으로 시민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허태정: 저 허태정은 긴 시간을 지나 다시 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대전, 더 나은 시민의 삶을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더 치열하게, 더 단단하게 시민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권오철: 감사합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허태정: 고맙습니다.
◇ 권오철: 지금까지 허태정 전 대전시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