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조선 회복에 내년 경제성장률 1.7%전망…"내수 회복은 제한적"

경기도 평택항에 있는 컨테이너. 연합뉴스

반도체와 조선 산업 회복세에 힘입어 내년 한국 경제가 1.7%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다만 내수 회복이 더딘 만큼 성장 동력이 수출에 편중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7일 발표한 'KERI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6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1.0%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본격적인 회복 국면으로 보기에는 아직 부족한 수준이라고 평가됐다.
 
한경연은 올해 경제 흐름에 대해 상반기 경기 침체 이후 하반기 들어 통상 환경 관리와 경기 대응 조치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성장세 자체는 제한적이어서 연간 성장률은 1.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2026년 성장의 중심은 반도체와 조선 등 수출 주력 업종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수요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조선업도 고부가가치 선박과 특수선을 중심으로 수주 여건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이러한 회복 흐름이 국내 소비와 투자, 건설 등 내수 전반으로 확산되기에는 여건이 쉽지 않다고 봤다. 민간소비는 내년 1.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지만, 생활물가와 주거비 부담이 계속되면서 소비 회복 속도는 느릴 것으로 예상됐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AI 등 일부 첨단 분야를 제외하면, 전통 제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력 약화가 이어져 눈에 띄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경연은 진단했다. 건설투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정의 영향이 남아 있어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물가는 2026년 1.9% 수준에서 비교적 안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전기·가스 요금과 서비스비, 주거비 등 생활과 밀접한 비용 부담이 계속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더라도 체감 물가 부담은 쉽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한경연 예측이다.
 
대외 부문에서는 반도체와 조선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나면서 2026년 수출 증가율이 0.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는 89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이는 산업 전반이 고르게 좋아진 결과라기보다는 일부 핵심 업종에 의존한 성과로, 글로벌 경기나 통상 환경 변화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경연은 외환·금융시장도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질 경우 원화 가치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입 물가와 경기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시장 역시 미국의 재정 부담 확대, 양적 긴축(QT) 이후의 통화정책 방향 불확실성, AI 투자 과열 우려, 주요국 성장 둔화 등이 겹치며 변동성이 큰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경연은 2026년을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다만 경기 반등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통상 정책 불확실성, 중국 경기 둔화, AI 투자 이후의 조정 가능성, 원화 약세 리스크 등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철 한경연 원장은 "2026년은 회복의 신호가 보다 분명해지는 해가 될 수 있지만, 신성장 산업 육성과 내수 회복이 함께 이뤄져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안정적인 통상·경영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