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전세사기 재판 지연…피해자들 "2차·3차 피해 확산" 분통

연합뉴스

대전 유성구 일대에서 200억 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임대업자에 대한 재판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피해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임대업자 임모(57)씨는 2017년부터 2023년 6월까지 대전 유성구 전민동·문지동 일대에서 이른바 '깡통전세' 다가구주택을 임차인들에게 임대한 뒤, 모두 198명으로부터 약 218억 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의 재판은 대전지법 형사4단독(이제승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해 7월 19일 시작됐다. 당초 재판부는 올해 5월 23일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7월 2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후 변론재개가 이뤄지며 선고는 한 차례, 두 차례 미뤄졌다. 선고기일은 2025년 12월 12일로 한 차례 연기된 데 이어 다시 내년 2월 6일로 지정된 상태다.

피해자들은 이 같은 반복적인 연기에 대해 "이례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는 심리가 끝난 피고인부터 판결이 선고되는데, 이 사건은 재개 신청을 이유로 계속 연기되고 있다"며 "형식상 위법은 아닐 수 있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피해자들과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신속한 선고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이번달로 예정됐던 선고공판마저 '기일 재지정'을 이유로 다시 연기되자 피해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한 피해자는 "재판이 지연될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몫"이라며 "형사 판결을 기다리느라 관련 민사 재판들이 거의 1년간 무기한 연기 상태로 멈춰있고, 민사가 확정되지 않으니 강제 집행도 못 해 사실상 피해 회복 절차 전체가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피해자의 주택은 이미 경매 절차에 들어가 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한 상태이며, 가해자 측이 경매 배당을 통해 극히 일부 금액을 변제한 뒤 이를 양형에 유리한 사정으로 주장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재판이 늦어질수록 가해자에게 유리한 구조"라며 "시간 끌기가 사실상 전략처럼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다만 법조계 한 관계자는 "공범이 있어서 피고인이 여러 명 묶여 있는데, 법원에서 한 사람씩 따로 선고할 수가 없다"며 "변론을 분리해서 선고하면 똑같은 기록을 피고인 수대로 만들어야 해서 공동 피고인은 같이 선고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입장에선 사건이 오래되고 재판도 많이한 상황이라 충분히 답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해자들은 "애초에 건물을 임대하면서 보증금을 가로챌 목적만 있었기 때문에, 관리비나 월세를 내지 않아도 모를 정도로 관리가 되지 않았다"며 계획범죄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부동산 경기에 편승해 무리한 투자를 감행해 사업하다 의도치 않게 보증금 피해가 발생했다"며 계획범죄는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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