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내란특검이 180일간의 수사를 마치고 오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도대체 윤석열 전 대통령은 왜, 언제부터 계엄을 하려했나. 지난 1년간 모든 국민이 가졌던 의문인데요. 특검은 그가 권력을 계속 독점하기 위해, 임기 초반부터 일찍이 계획했다고 봤습니다.
현장 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정다운 기자.
[기자]
네 내란특검이 차려진 서울고등검찰청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
12·3 비상계엄 1년만에야 나온 계엄의 진상, 오늘 수사결과에서 가장 궁금한 부분인데요. 발표 내용 전해주시죠.
[기자]
네 지난 6월 출범한 내란특검이 180일간 수사를 마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비상계엄의 동기를 밝혔는데요. 앞서 박정희·전두환의 군사쿠데타처럼 권력을 독점하고 유지하려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조은석 특별검사가 처음으로 국민 앞에서 결과를 밝혔는데, 들어보시죠.
"윤석열 등은 2023년 10월 전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하였고 … 반대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유지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앵커]
2023년 10월 이전부터 계엄을 준비했다고요.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총선 이후에 벌어진 야권의 국정방해가 원인이라고 했었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입법독재, 탄핵남발, 예산삭감 등을 계엄 근거로 삼았죠. 그런데 특검이 확인한 계엄 준비 시점은 이보다 6개월이나 앞섭니다.
근거는 일명 '노상원 수첩'에서 가져왔는데요. 수첩엔 계엄을 발동·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군 보직인 방첩사령관과 육군참모총장, 지상작전사령관 등에 대한 인사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게 2023년 10월 이후 인사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최소 이때부터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총선 전후 언제 할지 검토했을 거라는 게 특검의 조사 결괍니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는 그보다 무려 1년 앞선 2022년 11월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에서 윤 전 대통령이 "나에게 비상대권이 있다. 내가 총살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다 싹 쓸어버리겠다"고한 발언이 확인되기도 했고요. 2022년 7~8월 무렵 '대통령이 총선 이후 계엄을 계획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는 사정기관 고위 관계자의 진술도 확보했습니다.
[앵커]
계엄에 대해 최초로 언급했다는 시기가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불과 두세 달밖에 안된 때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이 댄 계엄의 근거들은 나중에 갖다 붙인 것일 뿐, 자신의 권력을 확장하고 유지하기 위한 전형적인 친위 쿠데타라는게 특검 결론입니다.
조은석 특검의 말 다시 들어보시죠.
"2024년 10월 1일 군 사령관들과의 만찬 자리에서는 '한동훈을 잡아오라. 총으로 쏴 죽이겠다'라고 말하였으며 … 윤석열이 자신을 거스르거나 반대하는 사람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비상계엄을 통해 제거하려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본인과 배우자 김건희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려는 동기도 포함됐을 거라고 특검은 판단했습니다.
다만 김건희씨가 계엄에 직접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당시 행적을 면밀히 조사했지만 사실무근이라고 했습니다. 오히려 계엄 선포 후 김씨가 윤 전 대통령 때문에 '다 망했다'고 질책하면서 크게 싸웠다는 관련자 진술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왜 12월 3일로 정했느냐를 두고도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았는데 수사로 밝혀졌나요?
[기자]
확정적 결론은 아니지만 특검은 노상원 수첩을 근거로 추정한 내용을 설명했는데요. 미국 상황을 고려한 날짜로 봤습니다. 수첩엔 '미국 협조', '미국 사전 통보'라는 기재가 있었고요. 앞서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쿠데타 역사를 봐도 미국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실패한다는 걸 알았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대선 이후, 대통령 취임 전 혼란한 시기에 계엄을 하려 했다는 겁니다. 항간에 무속신앙에 기대 계엄 날짜를 골랐다는 의혹도 돌았지만 이런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앵커]
역대 특검 중 가장 수사기간이 길고 인력도 최대규모였는데, 성과를 짚어주신다면요.
[기자]
가장 큰 성과는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단계에선 다 밝히지 못했던 국무위원들의 책임을 규명해 재판에 넘긴 겁니다. 특검 수사과정에서 대통령실 CCTV가 나오면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의 거짓말이 판명되기도 했죠.
오늘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지위가 높을수록 조그마한 보폭도 내란 동조·협력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위가 낮으면 눈에 띄는 행위가 있어야 내란 혐의에 포섭되는데, 지위가 높으면 행위 자체가 작더라도 그 지위에 따른 책임·무게를 반영해 행위를 평가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헌법적 책임이 정치적으로 문제될 뿐 아니라 형사적 책임도 따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게 역사적인 의의가 있다고 했습니다.
박 특검보는 "우리 고위직 공무원들이 본인의 헌법적 책무를 얼마나 인지하고 있고 최소한 알려 했는지 (드러났다). 권한엔 치중하지만 책임·책무엔 둔감해 있었다"며 "한덕수 등 국무위원들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아쉬웠다. 단시간이지만 그들의 행동이 우리 사회에 미친 피해와 국민에게 준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계엄의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 도발을 이용하려 한 일반이적 혐의를 규명한 것도 이번 특검의 성과입니다.
[앵커]
계엄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이 상당히 많았는데, 특히 사법부 개입 의혹은 어떻게 됐나요.
[기자]
내란특검은 처벌만이 아니라 진상규명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조사 후 결과를 밝혔는데요.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재판장 등의 내란 가담 의혹은 사실이 아니고, 검찰과 국정원이 계엄 당일 선관위 장악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조사된 증거에 따르면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냈습니다.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후 즉시항고를 포기한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조사를 마쳤는데, 당시 즉시항고를 요청했던 검찰 특수본 검사들이 특검에 상당수 파견돼 있어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찰로 이첩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오늘 내란특검이 기소한 피고인 중 첫 판결 선고도 나왔죠.
[기자]
내란 혐의 관련은 아니지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사건 1심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2490만원이 선고됐습니다.
계엄에 앞서 노 전 사령관이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비선조직을 구성하기 위해 군에서 정보사 요원들 인적 정보를 넘겨받은 혐의, 또 진급을 도와주겠다며 후배 군인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인데요. 법원은 특검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정다운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