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거품론에 코스피·환율 '휘청'…日·유럽 금리결정 '불안↑'

코스피 7거래일 만에 4100선 내줘…환율 1470원대 유지
AI거품론 이어 美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금리 오른 영향
이번주 日금리 인상·유럽 동결 유력…시장금리 상승 압박
'반도체 풍향계' 마이크론 실적, 분위기 반전 여부 주목

인공지능(AI) 산업 거품 논란 재점화와 이번 주 잇따라 발표될 미국 경제지표에 대한 경계심리 속에 코스피가 15일 2% 가까이 밀리며 마감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의 불안한 모습이 계속되는 분위기다. 일본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에서 반도체 업계의 '실적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 실적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4% 하락한 4090.59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지난 4일 이후 7거래일 만에 4100선을 내줬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도 오라클과 브로드컴 등의 실적이 AI 고평가 우려를 씻어내지 못하면서 코스피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비슷한 모양새다. 6개 주요 통화국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1일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전후로 99.3에서 98.3로 1% 하락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반대로 1469.9원에서 1477원으로 0.5% 상승했다. 한때 1479.9원까지 오르며 지난 4월 관세 정책 발표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시장금리 상승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중장기 채권금리는 기준금리 인하와 반대로 오르고 있다. 10년물 채권금리는 지난달 말 4%에서 기준금리 인하 이후 4.18%로 뛰었다. 내년 기준금리 동결과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시장금리는 AI 고점론과 맞물려 위험자산 회피 심리와 강달러 기조에 힘을 실었다. 즉 주식시장 상승 제한과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상승)로 이어진 셈이다.
 
시장은 당분간 불확실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연합뉴스

먼저 시장은 일본은행(BOJ)이 오는 19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1995년 이후 30년 만에 정책금리가 5%를 넘게 된다. 10월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로 3년 7개월 연속 BOJ 목표인 2%를 상회하고 있고, BOJ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최근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다.
 
이는 엔화 강세(엔달러 환율하락) 요인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157.89엔까지 치솟았던 엔달러 환율은 최근 155.8엔으로 떨어지며 강세 기류가 흐른다. 
 
하지만 다카이치 정부의 재정 확대 기조의 영향으로 엔화 강세 흐름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NH투자증권 전병하 연구원은 "일본 재정, 펀더멘털과 금리를 함께 고려하면 금리 상승이 추가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를 동반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재정 관련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통화정책 차별화에 따른 엔화 강세 압력이 희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도 오는 18일(현지시간) 주요 정책금리인 예금금리를 동결하면서 사실상 인하 사이클을 종료할 것이라고 시장은 예상한다. 그 영향으로 유로존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독일 10년물 채권금리는 최근 2.86%까지 오르며 역사적 고점 수준이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국 장기 금리의 동반 상승세가 현실화할 경우 연중 고점에 바짝 다가선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넘어설 수 있어 국내 금융시장에 '트리플 약세(주가·채권·원화가치 동반 하락)' 현상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주식시장은 17일(현지시간) 뉴욕시장 마감 후 발표되는 마이크론 실적이 분위기를 반전 시킬 변수로 꼽는다. 마이크론 실적은 코스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발표에 앞서 나오기 때문에 반도체 업계의 '실적 풍향계'로 불린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마이크론 실적은 최근 유입되는 하드웨어 기업들의 수익성, 효율성 등을 확인하고, 반도체 산업의 현재 상황이 사이클상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AI 버블 논란을 종식시킬지 여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12일부터 내년 4월까지 매달 400억달러 규모의 단기국채 매입(RMP)에 나선 점도 주식시장 상승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이번 조치가 양적완화(QE)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은 유동성 랠리 재개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유안타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400억달러 단기국채 매입은 9월부터 11월 사이 전개된 월평균 190억달러 양적긴축(QT) 감속분 대비 2배 이상 규모에 해당하는 대규모 달러 유동성 공급에 해당한다"면서 "이번 RMP를 현재 파월이 강조하는 정책 의도와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내년 국내외 증시 유동성 장세 본격화 가능성을 암시하는 단초로 평가하는 이유"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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