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반도체인 H200의 중국 수출을 승인했음에도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들에 H200 구매를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가 '전략적 주도권'을 내세우면서 자국 기업들이 H200 구매 보다 자체 개발 AI 반도체 역량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영자지 글로벌타임스(GT)는 15일 '미국산 반도체 판매가 더 이상 중국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GT는 트럼프 행정부의 AI 전략을 총괄하는 'AI 차르' 데이비드 삭스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장이 H200 수출을 허용하는 정책이 효과가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한 내용을 소개하며 "중국의 실제 H200 구매 결정과 물량은 아직 미지수"라고 전했다.
미국이 고성능 AI 칩의 중국 판매를 승인했지만 중국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GT는 이를 두고 "첨단 반도체와 퓨팅 파워라는 핵심 영역에서 전략적 주도권의 구조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수십 년 동안 미국은 수출 통제를 통해 다른 국가들의 기술 발전 방향을 좌우했다"면서 "목표 국가들이 미국의 공급에 구조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 차단 위협'과 '제한적 개방' 모두 효과적인 전략적 수단이 된다는 것"이라고 미국의 수출통제 정책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그 전제는 무너지고 있다"며 "중국이 첨단 반도체와 컴퓨팅 능력을 자국화해야 할 핵심 역량으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지속적인 투자에 국가 자원을 투입함에 따라 미국이 '판매 여부, 판매 품목 및 판매량'을 정하는 것이 중국의 장기적인 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줄어들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중국 기업들이 '오늘은 살 수 있지만 내일은 공급이 끊길 수도 있다'고 믿는 한, 첨단 반도체의 수입 승인이 단기적인 공급 부족 해소 및 과도기적 수단으로 여기고 국내 대안을 장기적인 주력 전략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GT는 "중국은 더이상 미국의 공급 정책에 대응하여 전략적 목표를 조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투자하고, 효과적으로 조직화하며, 이를 바탕으로 개방적인 협력을 지속할 수 있는 국가가 진정한 전략적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H200의 중국 수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H200은 엔비디아가 지난 2023년 말에 공개한 H100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대규모 AI 모델과 생성형 AI 훈련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들의 H200 구매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삭스 위원장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우리 반도체를 거부하고 있다"며 "이는 그들이 반도체 자립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