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는 현장에서 일어났지만, 책임은 행정에 있다

[기자수첩]
사고는 반복되는데, 사후 대응 행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광주대표도서관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 광주시소방본부 제공

광주에서 또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은 달랐지만, 인명 구조와 원인 규명, 재발 방지 대책으로 이어지는 사고 이후의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학동4구역 철거 참사와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겪은 지 불과 몇 년. 광주는 이미 여러 차례 값비싼 교훈을 치렀다. 그때마다 행정은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붕괴 사고는 멈추지 않았다. 시민 사이에서 "왜 광주에서는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 '또' 발생하느냐"는 질문이 반복되는 이유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현장 실수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무겁다. 감리와 시공, 발주 체계가 모두 갖춰진 공공사업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시공사는 있었고, 감리는 있었으며, 발주처는 광주시였다. 그럼에도 붕괴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은, 행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남긴다.
 
특히 시공사 부도 이후 공사가 재개되는 과정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부도라는 변수는 현장의 위험도를 높이는 요인임에도, 안전 점검과 관리·감독이 충분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공정률과 일정 관리가 안전보다 앞서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사고가 반복될수록 책임 논의는 현장에 집중돼 왔다. 반면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행정의 책임은 상대적으로 흐려져 왔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위험을 감지하고 공사를 멈출 수 있는 권한 역시 행정에 있었던 만큼, 책임의 무게를 현장에만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붕괴 사고는 예고 없이 일어나지 않는다. 위험 신호는 늘 있었고, 선택의 기회도 존재했다. 다만 그 선택이 '안전'이 아니었을 뿐이다. 광주는 이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만으로 시민을 설득할 수 없는 지점에 와 있다.
 
이번 사고에서조차 행정이 책임의 중심에 서지 않는다면, 다음 붕괴 사고 역시 예외가 아니라 시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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