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3박 4일에 걸쳐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 토론)'를 진행 중인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학영 국회부의장이 연일 밤샘 등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의힘 출신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사회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사회를 보지 않는 동안 주 부의장은 SNS를 통해 우 의장의 국회 운영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1일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법안' 상정 때 시작돼 이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3박 4일간의 필리버스터 중 주 부의장은 단 한 차례도 사회를 보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72시간이 넘는 시간을 우원식 의장과 이학영 부의장 두 사람이 사회를 도맡았다. 국회의장단은 국회의장 1명과 부의장 2명 등 총 3명으로 꾸려지는데, 주 부의장이 유일하게 사회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 주 부의장은 지난 9월 필리버스터 때도 사회를 거부한 바 있다.
국회 상황을 잘 아는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주호영 부의장이) 사회를 본다, 안 본다 등의 전화나 연락은 없었다"며 "의장단에 양해를 구하는 연락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3박 4일 필리버스터 동안 야간에는 우 의장과 이 부의장이 6시간 씩 나눠 밤샘 사회를 보고 있고, 주간에는 3~4시간으로 쪼개서 사회를 보는 상황이다. 주간 근무의 경우 우 의장이 이 부의장 보다 조금 더 많은 시간 근무 중이라고 한다.
주 부의장은 우 의장의 국회 운영에 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주 부의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어제(9일) 본회의장에서 벌어진 우 의장의 행위는 국회 역사에 남을 중대한 일탈"이라며 우 의장이 나 의원의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마이크를 끈 일을 언급했다.
주 부의장은 "민주당과 이재명 정권의 입법 폭주를 비호하는 시녀(侍女) 노릇을 자처한 것"이라는 격한 단어까지 썼다.
그러는 사이 우 의장과 이 부의장의 과로 부담은 갈수록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민생법안은 물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이견이 있는 쟁점 법안이 수두룩하게 쌓인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주 부의장이 또 사회를 거부한다면 우 의장과 이 부의장이 말 그대로 '2교대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
민주당 내에서도 주 부의장을 향한 매서운 비판이 나오고 있다. 채현일 의원은 "본인 당이 신청한 필리버스터는 정당한 의회 절차이고, 그 절차를 관리하는 의장석 사회는 거부 대상이라고 하는 것은 명백한 자기모순이자 자가당착"이라며 "이는 정치적 취사 선택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법적 의무"라고 비판했다.
우 의장 측은 나경원 의원의 필리버스터는 위법이었고, 그렇기에 제지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국민의힘이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찬성한 상황에서, 다른 의제에 대한 비판을 위해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반대 필리버스트를 하는 게 맞느냐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