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 간 정치적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 내 K팝 행사에도 잇따라 차질이 발생하며 가요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인 멤버가 포함된 K팝 그룹의 팬미팅이나 팬사인회가 취소되거나 일부 멤버가 행사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14일 가요계와 공연계에 따르면 걸그룹 르세라핌은 이날 중국 상하이에서 열 예정이던 첫 번째 싱글 '스파게티(SPAGHETTI)' 팬 사인회를 취소했다. 행사를 주최한 메이크스타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유관 부서와의 신중한 논의 끝에 부득이하게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취소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르세라핌은 멤버 다섯 명 가운데 사쿠라와 카즈하 등 일본인 멤버 두 명이 포함된 팀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중일 갈등 국면을 감안할 때 일본인 멤버의 존재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유사한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그룹 클로즈유어아이즈는 지난 6일 중국 항저우에서 팬미팅을 진행했으나, 일본인 멤버 켄신은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
같은 날 상하이에서 열릴 예정이던 인코드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 팬미팅도 행사 당일 전격 취소됐다. 해당 행사에는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2 플래닛'에 출연한 일본인 마사토·센과 중국인 연습생들이 함께 참석할 예정이었다.
인코드는 당시 "행사 당일 새벽 예기치 못한 중대한 불가항력 사유로 이벤트 진행이 불가능해졌다"며 전체 행사 취소를 공지했다. 이 역시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그동안 '한한령(限韓令)'으로 인해 K팝 가수들의 대규모 콘서트는 제한돼 왔지만, 노래 공연이 없는 소규모 팬미팅과 팬사인회는 비교적 가능했던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인 멤버가 포함된 팀의 행사까지 차질을 빚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가요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일본 가수와 콘텐츠 관련 행사 취소 사례도 잇따르며, 업계 안팎에서는 이른바 '한일령(限日令)'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중국 당국의 공식 입장이나 제도화된 조치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