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부산 도심 밝히던 '산타버스', 민원에 9년 만에 운항중단

SNS 캡처

겨울철 부산 도심을 밝히던 '산타버스'가 결국 멈춰 섰다. 9년 동안 연말마다 시민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전해온 이 버스는 안전 우려를 제기한 민원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부산시 버스운송사업조합 등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 산타버스가 운행되던 187번·508번·3번·109번 노선과 인형버스가 운행되던 41번 노선의 내부 장식물이 모두 철거됐다. 시는 버스 내부 장식물이 화재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해당 버스를 운영하는 업체에 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산타버스는 부산의 한 시내버스 기사가 "연말만큼은 승객들에게 따뜻한 분위기를 전하고 싶다"며 버스 안에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을 설치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시민들의 호응을 얻으며 해마다 참여 노선과 차량이 늘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부산 겨울 명물'로 불리며 화제가 됐다.

이번에는 안전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내부에 설치된 장식물들이 가연성 물질로 보인다는 민원이 접수되면서, 부산시는 화재 가능성을 이유로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 공식적인 사고 사례는 없었지만, 예방 차원의 조치라는 설명이다.

9년 동안 산타버스를 운행해온 187번 버스 기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불편해하는 시선도 생긴 것 같다"며 "그동안 산타버스를 사랑하고 응원해 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운영 중단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 공간에는 아쉬움을 드러내는 반응이 이어졌다. "부산에서 겨울이 왔다는 걸 알려주던 상징이었다", "안전도 중요하지만 너무 쉽게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는 등의 댓글이 잇따랐다. 도시의 일상 속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작은 문화가 안전과 규정의 벽 앞에서 사라져 산타버스의 중단은 단순한 장식 철거 이상의 여운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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