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동에서 한국과 중국이 시장 선점을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서방 무기체계와의 호환성 등의 면에서 한국이 보다 우위에 있다는 홍콩 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미국·유럽산 무기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자 대안을 찾고 있는 중동 국가들에 한국과 중국이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4년 10대 무기 수입국 가운데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쿠웨이트가 포함될 정도로 중동은 무기 구매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미국·유럽은 지난 수십년간 중동의 주요 무기 공급국이었지만, 최근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 수요를 맞추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다. 동시에 미국·유럽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중동에 대한 첨단무기 판매를 꺼리는 측면도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중국이 중동 무기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지난달 두바이 에어쇼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비롯한 한국 업체는 차세대 전투기 KF-21 모형 등을 선보였고, 중국도 스텔스 전투기 젠(J)-35 등을 홍보하며 경쟁을 벌였다.
현재 한국은 K9 자주포를 중동 국가들에 공급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경쟁 모델인 PLZ-45를 알제리·사우디·쿠웨이트 등에 수출하고 있다. 또, 한국은 지대공 미사일 천궁-II를 아랍에미리트(UAE)에, 중국은 HQ-9를 이집트·모로코에 판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벤스 네메스 교수는 "중동 무기 시장은 한중 모두에게 기회가 있겠지만 한국의 전망이 훨씬 긍정적"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밀접한 동맹인 동시에 육해공에서 매우 경쟁력 있는 첨단 무기 시스템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산 무기 시스템을 서방산 무기에 통합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 "중국 시스템은 다른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만큼, 미국산과의 호환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한국산보다 서방 플랫폼에서 상호운용하기 훨씬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티머시 히스 선임 연구원도 "중국은 사우디 등 미 우방국들을 상대로 고전할 수 있다"면서 "한국이 미국의 동맹인 만큼 경쟁에서 좋은 입지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 수출입은행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동 무기 수출은 2019년 약 2억 4천만 달러에서 2024년 약 7억 4천만 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