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관리기금으로 모든 직원 패딩조끼 사준 부산 강서구

재난관리기금 5400만원 들여 패딩 조끼 지급
"산불 현장서 입을 재난근무복" 해명
해당 조끼 방염 기능 없어…"선심성 행정" 비판

부산 강서구가 재난관리기금 5천여 만원을 들여 전 직원에게 지급한 경량 패딩 조끼가 강서구청 사무실 내부에 걸려있다. 정혜린 기자

부산 강서구가 재난관리기금 수천만 원을 들여 전 직원에게 패딩 조끼를 지급해 선심성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청은 산불 현장 출동에 대비한 재난근무복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지급된 옷은 방염 등 특수 기능이 없는 일반 평상복에 불과해 재난 대비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평일 오후 부산 강서구청 사무실에서는 직원들이 똑같은 경량 패딩 조끼를 입고 근무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검은색 패딩 조끼는 의자나 옷걸이 등 곳곳에 걸려 있다.
 
부산 강서구는 지난달 이 패딩 조끼를 휴직자를 제외한 전 직원 785명에게 지급했다. 패딩 조끼 가격은 한 벌당 6만 9천원으로, 5400만 원에 달하는 예산이 들었다.
 
문제는 이 예산이 재난관리기금이라는 점이다. 재난관리기금은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법적으로 지방세의 일정비율을 지자체 예산과 별도로 미리 적립해두는 기금이다. 공공분야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안전조치를 하거나, 재난 발생 시 피해를 긴급 복구하는 등 재난 관리 활동에 쓰도록 집행 목적을 규정하고 있다.
 
재난관리기금으로 경량 패딩 조끼를 지급한 이유에 대해 구청은 직원들이 겨울철 산불 현장에 투입되는 상황에 대비한 재난근무복으로 지급했다며 꼭 필요한 지출이었다는 입장이다.

부산 강서구 관계자는 "건조한 겨울철 산불이 나면 전 직원이 투입돼야 하는데, 개인 옷을 입으면 수동적일 수 있고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도 있다"며 "근무복을 입으면 활동하기 편하고, 현장에서 책임감과 소속감도 부여할 수 있다고 판단해 하나씩 지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난근무복이라는 설명이 무색하게도 구청이 지급한 경량 패딩 조끼는 화재에 대비한 방염 등 전문적인 보호 기능이 없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일반 패딩 조끼와 유사한 소재인 데다, 구청 로고 등 표식도 붙어 있지 않다.

시민단체는 모든 직원에게 별다른 특수한 기능이 없는 옷을 재난관리기금으로 지급한 것은 예산 사용 목적에 어긋난 선심성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재난 현장에서는 그 상황에 맞는 안전복을 착용해야지 사무실에서 입기 편한 경량 패딩을 산불 현장에 입고 나간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며 "재난관리기금 목적에 맞지 않고, 선거를 대비해 직원들에게 인심을 사기 위한 선심성 행정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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