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식거래·투자유치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아 복역한 뒤 벌금 100억 원, 추징금 122억 원까지 완납하고 돌아온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가 또다시 막대한 재산을 형성한 과정에 물음표가 붙는다.
주목할 인물은 이씨의 장인 박모씨다. 이씨 측의 상당한 재산에는 박씨가 관여돼 있다. 박씨는 이씨의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박는 약 90억 원의 코인을 매도했는데도,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아 기소되지 않았다.
11일 이씨의 공소장과 검찰 수사 기록 등에 따르면, 이씨가 2019년부터 2020년에 걸쳐 발행한 가상화폐(코인) '피카코인'과 '고머니2'를 장인 박씨도 보유하다 대량으로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해당 코인들은 모두 업비트나 코인원 등 국내 굴지의 코인거래소에서 모두 상장폐지된 가상화폐들이다.
박씨는 피카코인 약 35억원, 고머니2 약 55억원 등 약 90억 원 가량을 매도했다. 이같은 사실은 '서울남부지검'이 2023년 9월 이희진씨를 불러 자전거래 정황을 캐물으면서 제시한 이씨 측 코인 매도용 계정의 매도 내역에 나타나 있다. 박씨의 딸이자 이씨의 배우자인 A씨의 계정에서도 고머니2가 21억원 정도가 매도됐다.
그런데 검찰은 2023년 10월 이씨와 이씨의 동생 이모씨 등을 구속기소하면서도 박씨는 기소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피카코인 사기 혐의 사건의 경우, 검찰은 A씨나 처남 등 이씨 측의 다른 차명 계정에서 매도된 코인들 대부분 이씨가 편취한 범죄수익으로 봤다. 검찰이 피카코인을 시세조종해 이씨 등이 벌어들인 것으로 판단한 범죄수익은 약 338억 원인데, 이씨의 처남이 매도한 코인 약 42억 원은 이 범죄수익에 포함됐다. 박씨가 매도한 코인 35억 원은 범죄수익에서 제외됐다.
박씨는 이희진씨 재산 내역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CBS노컷뉴스가 파악한 이희진씨 측 법인은 총 4개. 씨디비개발을 포함해 엠유파트너스, 피에스리츠 그리고 피에이치랩스. 이씨가 구속 기소되고 난 뒤 같은해(2023년) 12월부터 복수 법인들의 사내·대표이사에 박씨가 이름을 하나둘씩 올렸다.
검찰의 추징 목록에서 빠진 400억 원대 청담동 레인에비뉴 건물 소유 법인은 엠유파트너스. 그해 12월 8일 해당 법인에 대표이사로 박씨가 취임했다. 박씨는 또 같은날 피에스리츠에 사내이사가 됐다. 피에스리츠는 가평 북한강 수변에 위치한 고급 별장 등을 보유하고 있다. 또 이씨가 레인에비뉴를 매입할 당시 주식회사 씨디비개발이 200억 원 가량을 입금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씨디비개발의 등기 임원도 박씨다. 박씨가 2024년 9월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피에이치랩스는 제주 서귀포 JW메리어트 레지던스와 청담 네이처포엠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있다.
검찰은 2023년 9월 이씨를 조사할 당시 박씨를 수차례 언급했다. 이씨는 그때마다 "박씨는 본 사건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진술로 선을 그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이희진씨에게 장인 박씨가 거액의 코인을 매도한 부분에 대한 입장이나 설명을 요청했지만, 회신하지 않았다.
이씨는 2013년부터 여러 방송에 출연해 주식 투자로 큰 수익을 냈다며 고가의 부동산과 차를 자랑하며 '청담동 주식 부자'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러나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인가를 받지 않은 투자자문업체를 운영하면서 시세 차익 130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 등으로 징역 3년 6개월에 벌금 100억원, 추징금 약 12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받아 2020년 3월까지 복역했다.
이씨는 만기 출소한 지 3년 만인 2023년 9월 또 사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현재 피카코인, 트리클, 고머니2 등 3개의 스캠 코인을 발행해 허위 과장 홍보 등 시세조종으로 투자자들에게 약 897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코인 판매 대금으로 받은 비트코인 약 412.12개(당시 270억 원 상당)를 코인 발행재단으로 반환하지 않고 유용한 혐의도 있다. 이씨는 지난해 보석 석방돼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피카코인 사기 혐의에 대한 이씨의 다음 공판은 서울남부지법에서 오는 17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