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보궐 선거가 친명(친이재명)계와 친청(친정청래)계의 대결 구도로 굳어지면서, 결과에 따라 '정청래 체제'가 무력화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친명계 잇따라 출사표…정청래 공개 비판도
11일 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이른바 '대장동 사건' 변호사 출신으로, '친명' 핵심으로 분류되는 인사다.이 의원은 출마 이유를 설명하며 정 대표를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당이 정부와 엇박자로 이재명 정부가 이루는 효능감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며 "정부는 앞으로 가는데, 당이 다른 방향으로 가거나 속도를 못 맞춰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를 밀착 지원하고, 밀착 소통할 최고위원이 절실하다"며 "이건태가 그동안 걸어온 길, 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볼 때 이재명 정부와 밀착 소통하고 밀착 지원할 가장 적임자는 저 이건태"라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출사표를 던진 부산 수영구 유동철 지역위원장도 대표적인 친명계 인사 중 하나다. 유 위원장은 친명계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 공동 상임대표로, 이 대통령이 대표 시절 영입한 인물이다.
하지만 유 위원장이 지난 10월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경선 배제) 되면서 여권 안팎에선 '정 대표의 친명 쳐내기'란 해석이 나왔다.
이에 유 위원장은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정 대표가 100% 완전 경선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당원 피선거권과 선택권이 배제됐다"며 "당대표의 약속에도 억울한 컷오프가 현실이 된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청래호'를 뒷받침할 지도부 일원을 뽑는데, 후보들이 공개적으로 대표를 저격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親정청래계, 최고위 과반 확보 가능할까
최고위원 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정청래호'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공석이 된 3명의 최고위원을 친명계에서 모두 차지할 경우 정 대표 입장에선 안건 의결 기준인 과반 확보에 실패하는 셈이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당대표,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지명직 최고위원 2명 등 최대 9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선출직으로 이언주·황명선 의원이, 지명직으로 서삼석 의원과 박지원 평당원 등이 있다.
여기서 확실하게 '친청'으로 분류되는 이는 당대표를 포함해 3명에 불과하다. 이번 보궐 선거를 통해 친청계가 최소 1~2명이라도 지도부에 입성해야만 정 대표를 뒷받침할 수 있다.
이에 정 대표 측 인사들도 출마 채비에 나서고 있다. 조직사무부총장 문정복 의원, 당 대표 직속 민원정책실장 임오경 의원, 이성윤 의원 등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청래, 1인1표 무리했다가 역풍…자충수"
당초 이번 최고위원 보궐 선거는 잔여 임기가 약 6개월에 불과한 데다가, 정권 초기에 치러지는 여당 지도부 선거이기 때문에 큰 경쟁 없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하지만 정 대표가 대의원제를 무력화하는 '1인 1표제'를 추진했다가 중앙위원회 단계에서 가로막히면서 오히려 의미가 커졌다. 정 대표 리더십에 의문 부호가 그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 대표가 본인의 당 대표 연임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무리하게 추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고개를 들면서 당내 비토 여론도 높아졌다.
한 여당 관계자는 "권리 당원 표심으로 뽑힌 정 대표가 그 기세에 올라타 당을 장악하려고 했다가 무리수이자 자충수를 둔 것"이라며 "이번 보궐로 정 대표 운명도 결정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 선거 후보 등록은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다. 오는 18일에는 예비경선 후보자 합동 연설 설명회, 23일 예비경선 합동 연설회, 24일 예비경선 투표가 진행된다.
26일에는 본경선 합동 토론 설명회, 30일에는 본경선 1차 토론이 예정돼 있다. 본경선 합동연설회는 다음 달 1월 11일 본 투표와 함께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