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 타고 스토킹하던 전 연인 살해' 윤정우, 징역 40년

재판부 "국가와 사회가 끝내 피해자 보호 못해"
살인 전 '스토킹·특수협박' 영장 기각 아쉬움 전해

대구경찰청 제공

헤어진 연인을 스토킹하다가 살해하고 도주한 윤정우(48)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도정원)는 1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스토킹처벌법 위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윤정우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과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을 명령했다.

윤정우는 지난 6월 10일 새벽 대구 달서구의 아파트 외벽 배관을 타고 6층에 위치한 50대 여성 A씨의 집에 침입해 A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윤정우는 그보다 앞선 지난 4월에도 이별 통보를 받아들이지 않고 A씨를 스토킹했고 올해 초 찍어둔 A씨의 신체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같은달 A씨의 집 앞에 찾아가 흉기로 위협하기도 했다.

윤정우는 잔인한 범죄 수법, 범행 후 나흘간 도주한 점 등을 이유로 신상까지 공개됐지만 혐의를 일부 부인해왔다.

그는 보복할 목적이 없었고 대화할 목적으로 피해자 A씨의 집에 침입했다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러다고 주장했고, 살인 범행 전 저지른 불법 촬영도 A씨의 동의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줬음에도 피해자가 일을 그만두지 않는 것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었고 이런 이유로 갈등을 겪던 중 피해자에게 특수협박을 저질러 피해자가 신고하자, 음주운전 범행으로 집행유예 기간이던 상황에 특수협박 범행으로 장기간 수감생활을 하게 될까 두려움을 느꼈다. 합의하려고 피해자에게 연락했지만 피해자가 피하자 원망과 분노가 극에 달했고 자신의 수사와 관련해 보복의 목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불법 촬영과 관련해서도 피해자가 살아있을 때 수사 기관에서 동의한 적이 없는 촬영이었다는 진술을 남겨뒀다고 반박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접근 금지 잠정 조치를 받는 상황에서도 아파트 외벽을 촬영하고 근방 지도를 검색하며 범행을 준비했다. 우발적으로 살인한 것이 아니고 계획적 범행임이 분명하다. 또 복면에 장갑까지 착용하고 흉기를 준비해 범행한 점, 범행 후 환복한 점, 범행 직후 대구를 벗어나 도주한 점 등 주도면밀한 계획적 범행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14차례에 걸쳐 흉기로 찌른 점, 가장 소중한 공간인 주거지에서 피고인의 느닷 없는 공격에 피해자가 일말의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공포와 고통 속에 생을 마감한 점 등을 양형 이유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재판을 받는 중에도 스토킹 범행을 경찰 수사 탓으로 돌리고 남녀가 만나며 다투는 일이 다반사라고 언급한 점 등을 지적하며 "피고인이 진지하게 잘못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는지 강한 의문이 들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4월 A씨가 특수협박을 당했을 당시 경찰은 A씨의 신고를 받고 피해자 안전 조치를 하는 한편 윤정우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윤정우의 범행은 살인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이날 "국가와 사회가 끝내 피고인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해 피해자의 생명이 침해 당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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