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표기에 뿔난 대만 정치권 "韓 제재하자"

연합뉴스

한국의 전자입국신고서(E-Arrival Card)에 '중국(대만)' 표기가 사용되고 있는 것에 대해 대만 정부가 한국 정부에 정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만 정치권이 한국을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10일 대만 연합보와 중국시보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대만 외교부 관계자는 전날 해당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 정부와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실행 가능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만과 한국 무역에서 거액의 무역 적자가 존재하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양국 관계가 여전히 비대칭적인 것을 보여준다"면서 한국에 대한 무역제재를 시사하기도 했다.

대만 외교부는 최근 한국 전자입국신고서의 출발지와 다음 목적지 항목에서 대만이 중국(대만)으로 표기된 사실을 확인하고 한국 정부에 수정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같은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만 정치권이 가세하고 나섰다. 친미·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이하 민진당) 소속 중자빈 입법원(국회) 간사장은 "한국이 대만을 잘못 표기한 것은 현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대만의 주권과 국제적 사실을 존중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교부가 대만과 한국의 관계를 다시 검토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 "대만과 한국은 반도체와 공급망, 지역 안보에서 서로 중요한 파트너이지만 이러한 우의는 상호 존중 위에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왕딩위 입법위원도 이날 해당 사안에 대해 "한국인들조차 이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가 주권과 위엄을 수호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대만의 불만을 체감하고, 이번 실수에 대한 책임을 한국 정부에 물을 수 있도록 더욱 강력한 대응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 제1야당으로 친중 성향인 국민당의 마윈쥔 입법위원도 "한국을 포함한 국가들이 중국의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대만을 모호하게 지칭하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략적 반격 조치"라고 주장했다.

연합보는 외교부가 시사한 무역 제재 외에도 '한국 단체 관광객의 대만 방문 금지', '라인 서비스 금지', '한국 여행 금지' 등 추가적인 제재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날까지만 해도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대만 정부는 이날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라이칭더 총통은 이날 해당 사안에 대해 "대만과 한국은 긴밀한 인적 교류와 경제·무역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한국이 대만 국민의 뜻을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한국에 대한 제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천이판 대만담강대 외교학과 조교수는 "대만에서 지금 한류가 대세인데, 만약 한국을 제재한다면 대만에서 열리는 한국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를 취소하겠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연합보는 이날자 사설을 통해 "어떤 수단을 사용하든 제재가 부과되면 이는 극도로 비우호적인 행위"라며 "제재 역량의 범위와 관계없이 한국의 국제적 영향력과 국가적 자존심은 대만 못지않으며,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대만이 (한국으로부터) 보복 조치를 당한다면 그 여파는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며 "따라서 문제는 제재를 가할지 여부가 아니라 제재를 가하는 것이 실현 가능한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며 수교국이나 해외 기업 등에 대만을 별개 국가로 표시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대만은 '중국 대만' 등의 표현에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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