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에 눈이 내린 어느 날, 배달기사 A씨는 첫 운행에 나선 중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눈길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넘어지는 순간 A씨의 머릿속을 스친 것은 다친 몸이 아니라 "이 음식값을 물어줘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었다.
쓰러진 A씨를 가장 먼저 챙긴 것은 길가의 한 행인이었다. A씨가 넘어지는 장면을 목격한 이 행인은 곧바로 달려와 "괜찮으세요?"라고 안부를 물으며 손에 쥐고 있던 핫팩을 건넸다. 뜻밖의 온정에 A씨는 연신 고맙다며 인사를 건넸다.
A씨는 곧이어 예정된 주소지로 향했다. 도착한 뒤에는 "오는 길에 눈길에서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다"며 상황을 먼저 설명하고 "혹시라도 음식 상태가 좋지 않다면 고객센터에 연락해 달라. 제가 책임지고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님들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누구도 화를 내거나 항의하지 않았고 오히려 "몸은 괜찮으세요?", "많이 안 다치셨어요?"라며 A씨의 상태를 먼저 챙겼다. 한 손님은 "음식만 안 터졌으면 괜찮다"며 "괜히 고객센터에 연락하면 기사님만 더 난처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저도 배달일을 하는데 신경 안 쓰셔도 된다"며 A씨를 다독였다.
이날 상황은 A씨가 찍어 둔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해당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고, 영상 조회 수는 62만 회를 넘기며 빠르게 확산됐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날씨는 추워도 영상은 따뜻하다", "훈훈하다", "저도 사업하고 배달한 지 1년 됐는데 '늦어도 괜찮으니 가족 생각하며 안전운전 하세요'라는 요청 문구를 보고 울컥한 적이 있다. 항상 안전하게 배달하세요"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겨울철 눈길 위 배달기사와 시민·손님이 서로의 안부를 먼저 묻는 이 장면이 온라인에서 작은 위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