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 정부 공모로 확보한 국비 수억 원 다른 사업에 사용

부산시 사업 한지체험관 조성에 국비 수억 원 투입
정부 사업 계획안에는 한지체험관 내용 없어
부산 서구 "정부 사업과 연계해 추진" 해명
국토부 "목적 외 사용 확인되면 반환 대상"

부산 서구 동대신2동에 위치한 닥밭골 한지체험관 전경. 준공 당시 '도시재생 뉴딜사업'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부산 서구 제공

부산 서구가 정부 공모 사업을 하겠다며 확보한 국비 수억 원을 정작 다른 부산시 사업에 투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구는 정부 사업과 연계된 곳에 사용했다는 입장이지만, 지역에선 예산을 목적에 맞지 않게 유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 서구는 지난 2020년 11월 동대신2동에 2층 규모의 '닥밭골 한지체험관'을 준공했다. 서구는 한지체험관이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공모사업 '닥밭골, 새바람'의 일환으로 조성한 제1호 거점공간이라며, 주민 교류를 확대하고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정작 서구가 지난 2018년 선정된 국토부 도시재생 뉴딜사업 계획안에는 한지체험관 조성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서구의 홍보와 달리 한지체험관은 부산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으로 추진됐다.

문제는 부산시 사업으로 추진하는 체험관 조성에 정부 도시재생 사업 예산 수억 원을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한지체험관 조성에 사용된 전체 예산 10억 4천여만 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5억 6800만 원은 도시재생 사업 예산이었다. 부산시 예산 3억 4천여만 원보다 훨씬 더 많은 국비가 들어갔다.

이에 지역에서는 정부 공모 사업에 포함되지 않는 별개 사업에 국비가 집행됐다며 지자체가 국비를 애초 지원 받은 목적과 다르게 유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서구의회 황정재 의원은 "별개의 두 사업 예산을 임의로 합쳐서 건물 하나를 지은 상황으로, 공모 사업을 하겠다고 받은 국비를 다른 부산시 사업에 가져다 쓴 것"이라며 "예산을 받은 목적과 다른 곳에 사용했고, 계획에 포함되지 않는 사업에는 예산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사업 지침을 위반했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부산 서구청. 부산 서구 제공
 
서구는 한지체험관과 연계해 정부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포함된 '점방 사업'을 활성화하기로 하면서 체험관 건물 공사에 국비가 사용됐다고 해명했다.

부산 서구 관계자는 "국토부 승인을 받은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에 한지체험관과 연계해 점방 사업을 활성화한다는 내용이 있어 목적 외 사용은 아니"라며 "다만 공사 기간 등 이유로 계획대로 한지체험관을 조성 완료한 이후에 증축을 통해 점방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시비와 국비를 더해 한번에 2층짜리 건물을 짓게 됐다. 국비와 지방비를 정확히 구분 짓기에는 곤란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지체험관이 정상 운영될 당시에도 건물에서 간판이나 안내 팻말 등 점방 사업과 관련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지체험관 건물 1층은 체험실로, 점방 사업을 위해 증축한다는 2층은 한지공예품 전시실로 운영됐다.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한지체험관이 1년 넘게 빈 공간으로 방치되면서 국비 수억 원이 투입된 점방 사업은 사실상 실체가 없는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한지체험관 자체는 정부 사업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예산이 목적과 다르게 사용한 점이 확인될 경우 반환 조치할 예정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한지체험관 자체는 국토부 도시재생 사업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다. 별도 재원으로 이미 조성된 한지체험관 건물의 2층을 증축해 점방 사업을 조성하는 데 국비가 투입된 것으로 보고 받았다"며 "정산 내역서를 확인해 점방 사업과 무관하게 한지체험관 짓는 데 국비가 투입됐다면 보조금법 등에 따라 목적 외 사용으로 반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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