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도 판사가 사전심사?…法·檢·학계 입장 엇갈려

대법원 공청회서 법원·검찰·학계 의견 나뉘어
"소수의 사건에 한정, 문제없어" vs "증거 삭제 전 확보가 핵심"
"사법적 통제 절실, 구속영장실질심사제도의 역사적 경로 따를 것"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민 위한 사법제도 공청회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여권의 '사법개혁' 과제 중 하나인 압수수색 영장에 대한 사전심문제도 도입과 관련해 대법원이 주최한 공청회에서 법원과 검찰, 학계가 각기 다른 입장을 표했다.

찬성 측은 압수수색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효용가치가 크다고 주장했지만 증거 인멸이나 수사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법률신문과 공동 주최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이틀차 공청회를 진행 중이다.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한 형사사법제도 개선' 세션 발표를 맡은 조은경 대구지법 김천지원 부장판사는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에 대해 "영장재판을 담당해 본 입장에서 짧은 시간의 서면심리만으로는 영장을 발부할지, 어떻게 최적의 범위로 영장을 발부할지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본안 재판에서도 법정에서의 심리를 통한 깊은 이해가 확보된 이후에야 문제 지점이나 적절한 해결책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며 "영장재판에서의 사전 대면 심리도 마찬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수사 지연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심문이 이뤄지는 경우는 복잡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소수의 사건에 한정될 것이므로 문제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토론자로 참석한 소재환 대전지검 부장검사는 "법원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휴대전화 폐기, 공범과 말 맞추기, 증인 회유, 해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등과 같은 증거인멸 시도를 할 수 있다"며 "디지털 성범죄, 마약, 보이스피싱, 기술유출 등 대부분 범죄는 증거를 삭제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압수수색 사전심문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현재 영장 청구→발부→집행까지 걸리는 시간도 상당한데 사전심문 절차까지 도입될 경우 심문기일 지정과 심문 대상자의 출석 일정 조율 등으로 인한 심각한 증거확보 절차 지연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진화하는 범죄에 대응하지 못해 수사기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1990년대 구속영장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될 당시에도 수사기관의 강력한 반대와 수사 지연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현재는 인권 보장의 핵심 장치로 성공적으로 정착됐다"며 "압수수색영장 심문제도 또한 이런 역사적 경로를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특히 스마트폰, 클라우드 등 디지털 저장매체에는 개인의 전 인격과 사생활이 담겨 있어 그 압수수색은 '제2의 신체 구속'이라 불릴 만큼 중대한 기본권 침해를 수반하므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사기관은 1996년까지 법원의 심문 없이 구속하는 긴급구속까지 가능했지만 인권보장 필요성 등이 제기되면서 긴급체포로 바뀌었다. 이후 체포영장 제도가 도입됐고 1997년부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제가 마련됐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