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한동훈 전 당대표가 연루된 의혹을 받는 '당원게시판 논란'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당무감사위원회의 발표에 친한(親한동훈)계는 법적 조치도 고려하겠다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 전 한 전 대표 거취를 정리하려는 장동혁 대표의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게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날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이 언론에 배포한 긴급 공지를 두고 "무슨 검찰 수사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당에 호재인 민주당과 통일교의 유착 의혹이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당원게시판 논란의 중간조사 결과가 기습 발표된 데 대해 "제정신이 아닌 것"이라는 강한 표현도 썼다.
그러면서 "그런 식으로 한동훈 (전) 대표를 예를 들어 지금 정리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장동혁 지도부가 (당을) 운영한다면 당이 하나가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당원게시판 논란은 지난해 9~11월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쓰는 계정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대거 올라왔다는 의혹이다.
이 위원장은 전날 "한 전 대표 및 가족 명의로 게시된 것으로 알려진 글들에 대해 실제 작성자 확인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일부 파악된 사실을 발표했다. 한 전 대표의 장인·장모, 부인 및 딸과 이름이 같은 당원 4명이 한 전 대표 자택이 있는 강남병 선거구 소속으로 확인됐고, 이들이 당원게시판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해 12월 잇따라 탈당했다는 내용이다.
박 의원은 한 전 대표 자녀의 실명이 공개된 것을 놓고 "그런 인권유린이 어디 있나"라며 "(당원 관련 정보를) 들여다본 것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형사처벌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시에 당내 절반 이상이 '한동훈 지지층'이라고도 주장했다. 박 의원은 "실제로 대선 후보 경선 때를 보면 (한 전 대표가) 절반 가까운 득표를 했다"면서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 등의 이슈를 한 (전) 대표가 주도하면서 굉장히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고 했다. 이 세력을 적으로 돌린 채 내년 지방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는 취지다.
박 의원은 또 "지도부한테 진짜 간곡하게 말씀드리고 싶다. 국민의힘의 부활을 막는 가장 큰 논리는 배신이라고 생각한다. 내부 총질 (등의) 얘기"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전날 '국민의힘TV' 유튜브에서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또다시 '내부총질론'을 거론한 장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지도부 일원인 양향자 최고위원도 우려를 표했다. 양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굉장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당에서 윤 전 대통령 옹호세력과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자는 세력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보이는데, 익명의 당원게시판을 갖고 표적으로 정치 보복한다는 인식을 주는 일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게 내년 선거 공천을 주지 않으려는 목적인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들을 봤을 때 그렇게 인식된다"고 했다.
친한계는 전날부터 '법적 대응'을 언급하며 일제히 반발 중이다. 변호사이자, 장동혁 지도부에서 유일한 친한계인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당원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에 따라 보호되는 정보"라며 "무단 유출 시 개인정보보호법 7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범죄"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건희 특검'이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할 때, 당원들이 한마음으로 이를 저지하려 했던 것도 같은 이유라고 강조했다. 우 청년최고위원은 이호선 위원장을 향해 "도대체 무슨 법적 근거로 당원 정보를 함부로 공개한 것인지 설명하시기 바란다"며 "충분한 설명이 없을 시 적절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박정하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명백한 개인정보 침해이자 민주적 절차와 정당 운영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인격 살인"이라고 직격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 또한 SNS를 통해 "때마침 (친윤석열계 인사인) 장예찬씨를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으로 내정했다는 기사가 올라온다"며 "사면초가가 된 장 대표가 이런 식으로 탈출구를 찾나 보다. 한동훈을 먹잇감으로 던져줘 극우들을 만족시키고 언론의 관심이 자신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