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치러진 홍콩 입법회 선거에서 친중 진영의 최대 정당이 득표율 면에서 큰 폭의 하락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현지시간) 전날 치러진 입법회 선거에서 친중 진영 대표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DAB) 소속 후보 26명이 출마해 20명이 당선되며 최대 정당 지위를 유지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당선자 수만 보면 민건련이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4년 전 선거와 비교하면 득표 규모가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민건련의 지역구(직선) 득표수는 43만2400여표로, 득표율은 34%에 그쳤다. 이는 과반을 차지했던 2021년 대비 약 25만표, 36%가 감소한 수치다.
이번 선거는 출마 자격이 애국자로 한정됐고 후보 간 경쟁도 치열했지만, 최소 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아파트 화재 참사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전부터 중국·홍콩 당국은 화재 관련 비판 여론을 '반중·반정부' 세력으로 규정하며 강력한 단속에 나섰다.
이처럼 합리적인 비판조차 어려워진 분위기 속에서 민건련의 지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으며, 이를 홍콩 내부는 물론 중국 본토에서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건련 소속 현역 의원 2명이 낙선된 점도 주목되는데, 이 중 1명은 무소속 후보에게 패배했다.
또 이번 선거의 무효표는 4만1100여표로, 4년 전보다 만4천여표 증가했다.
최종 투표율은 31.9%로, 역대 최저였던 2021년 선거(30.2%)보다 1.7%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소니 로 홍콩대 명예교수는 "이번 선거는 애국 진영 내부에도 다양한 정치적 흐름이 존재하며 전통적인 정당의 지배력이 더 다양한 정치 지형에 자리를 내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라우시우카이 중국 홍콩마카오연구협회 컨설턴트는 "과거의 투표 보이콧이 이번 선거에서는 기표 거부로 나타난, 일종의 항의성 표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