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대 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 승계 과정에서 세대가 내려갈수록 임원에서 회장까지 오르는 데 걸리는 기간이 짧아지고, 회장 취임 연령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자산순위 100대 그룹 가운데 66개 대기업집단 오너 일가 임원 233명을 조사한 결과, 오너 일가가 임원 승진 후 회장에 오르기까지 평균 소요 기간은 17년 11개월이었다.
세대별로 보면 오너 일가 2세는 회장에 오르기까지 평균 18년 5개월이 걸렸으나 3세는 17년 11개월, 4세는 12년 7개월로 갈수록 승진 기간이 짧아졌다. 회장 취임 나이도 2세 52.6세에서 3세 49.1세, 4세 46세로 낮아졌다. 2세와 4세를 비교하면 회장 취임 시점이 평균 6.6년 앞당겨졌다.
빠른 승진 사례도 눈에 띄었다. 오너 2세 가운데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43세에 입사해 1년 11개월 만에 회장에 올라 최단 기간을 기록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5세 입사 후 29세에 회장이 됐다.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7년 7개월), 유상덕 ST인터내셔널 회장(8년 1개월), 정몽진 KCC 회장(9년 3개월) 순이었다.
오너 3세 가운데서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25세 입사 후 10년 11개월 만에 회장에 올라 가장 빨랐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32세 입사 후 47세에 회장에 올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15년 11개월), 이재현 CJ그룹 회장(16년 9개월)이 뒤를 이었다.
반대로 가장 장기간이 걸린 사례는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으로, 21세 입사해 63세에 회장에 오르기까지 40년 넘게 걸렸다.
주요 그룹 총수들도 임원·회장 승진에 적지 않은 기간이 소요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3세 입사 후 54세에 회장이 되기까지 31년 4개월이 걸렸으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4세 입사 후 50세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33세 입사 후 56세에 각각 회장에 취임했다.
회장 취임 시점이 빨라진 배경과 관련해, 리더스인덱스는 "3·4세대는 초임 임원에서 사장·부회장으로 오르는 데는 2세대보다 시간이 다소 더 걸리지만, 핵심 경영 라인에는 더 일찍 투입되는 특징이 있다"며 "현장 경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조기 경영 참여가 강화되면서 회장 취임 전체 속도는 빨라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